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에서 우리 군 수색대원 2명에게 중상을 입힌 지뢰 폭발 사고는 군사분계선(MDL)을 몰래 넘어온 북한군이 파묻은 목함지뢰가 터진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공개한 사고 당시 열상감시장비(TOD)로 촬영된 지뢰 폭발 장면. 사진 합동참모본부 제공
“이제 와 대북 심리전 재개·DMZ 주도권 장악 작전, 실효성 있나”
“믿어지지 않을 만큼 느린 대응…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실패”
“믿어지지 않을 만큼 느린 대응…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실패”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이 파주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발생 6일이 지나도록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DMZ 주도권 장악 작전을 실시하는 게 실효성이 있느냐”라고 말하며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강하게 성토했다.
김 편집장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바로 가기 : https://www.facebook.com/profile.php?id=100001530192185&fref=ts)에 올린 ‘지뢰에 무너진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라는 제목의 글에서 “지난 토요일 오후쯤 평소 알고 지내던 예비역 대령이 전화를 해와서 ‘전방의 지뢰 사고, 아무리 봐도 북한의 지뢰가 분명한 데 정부는 폭우에 유실된 지뢰라고 언론에 말하고 있다. 이상하다’고 말했다”고 썼다. 그는 “제가 ‘북한 지뢰가 맞다면 정부가 저렇게 태평한 게 말이 되느냐’라고 의문을 표시했는데, 주말에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북한 지뢰라는 제보를 받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사태가 급반전됐다”고 덧붙였다.
김 편집장은 “지뢰 사고가 발생한 4일부터 6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북한의 지뢰 도발이라고 말하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느린 대응, 이건 무얼 말하는 걸까”라며 “북한과 관련된 대공 용의점이 있는 사안이라면 당장 해당부대에 비상을 걸어야 하고, 합참의 위기조치반도 소집되었어야 한다. 군의 모든 정보와 작전의 핵심은 적시성”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6일이 지나도록 가만있다가 이제 와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DMZ 주도권 장악 작전을 실시한다. 이게 실효성이 있느냐”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여러 예비역들의 의견을 참고해볼 때 북한 지뢰는 맞는 것 같다. 한반도 평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북한의 파렴치한 도발이 맞다”며 “그렇다면 해당 부대가 국방부에 올린 최초 보고 내용은 무엇이었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는 언제 어떤 내용으로 보고했는지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며 “또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사라졌던 걸까? 합참의장은 천안함 사건 때처럼 또 외부 행사하고 술을 먹었던 걸까? 북한이 쳐들어와도 이렇게 대응할 건가?”라고 물었다.
김 편집장은 마지막으로 “국가 안보를 외치고 정보기관이 민간인 사찰에나 몰입하고 있으니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다”며 “정말 이 정부 못 믿겠다. 불안해서 어디 살겠느냐”라고 말했다.
김 편집장은 1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뢰 사건이 터진 당시에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라든가 경원선 철도 연결, 이희호 여사 북한 방문 등의 이슈가 있어서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던 시기였는데 지뢰라는 악재가 터졌다”며 “북한은 남쪽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왜 저렇게 기대를 갖고 있다가 지뢰 문제에 대해 머뭇거렸던지 이해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판단 착오이거나 관리 실패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이하는 김종대 편집장 페이스북 글 전문)
지뢰에 무너진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지난 토요일 오후쯤으로 기억됩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예비역 대령이 저에게 전화가 와서 “전방의 지뢰 사고가 아무리 보아도 이상하다”는 겁니다. 북한의 지뢰가 분명한 데 정부는 “폭우에 유실된 지뢰”이며 “북한과의 관련성은 낮은 사고”라고 언론에 말하는 게 이상하다는 겁니다. 이 예비역 장교는 해당 부대의 여러 사정을 설명하며 “우리 지뢰일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대꾸하기를 “북한 지뢰가 맞다면 정부가 저렇게 태평한 게 말이 되느냐, 호들갑을 떨어도 보통 호들갑을 떨지 않을 텐데”라며 의문을 표시했지요. 그리고 주말에 김광진 의원이 “북한 지뢰라는 제보를 받았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사태는 급반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제(10일) 국방부는 난 데 없이 “북한 지뢰로 밝혀졌다”며 북한에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는 조치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참 이상한 일입니다. 최초 지뢰 사고가 발생한 8월 4일로부터 6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북한의 지뢰 도발이라고 말하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느린 대응, 이건 무얼 말하는 걸까요? 전방 지뢰가 북한제라는 걸 밝혀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해당 부대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일인지도 모릅니다. 북한이 관련된 대공 용의점이 있는 사안이라면 당장 해당부대는 비상을 걸어야 합니다. 합참의 위기조치반도 소집되었어야 합니다. 군의 모든 정보와 작전의 핵심은 적시성(適時性)입니다. 도발이 확실하다면 바로 응징작전이나 대응작전이 이루어졌어야 합니다. 그런데 6일이 지나도록 가만있다가, 그것도 일부 예비역들과 국회의원이 말하는 동안에도 국방부는 아무런 대응 작전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와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DMZ 주도권 장악 작전을 실시한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요? 이게 실효성이 있습니까? 게다가 야당은 왜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걸까요?
사태를 정확히 규명해야 합니다. 여러 예비역들의 의견을 참고해 볼 때 북한 지뢰는 맞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평화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북한의 파렴치한 도발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전방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였다면 해당부대가 국방부에 올린 최초 보고 내용은 무엇이었으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에는 언제 어떤 내용으로 보고하였는지 상세히 밝혀야 합니다. 그리고 국방장관이 북한제라는 판단을 한 시점은 언제인지도 확실히 밝혀야 합니다. 통상 이런 일이 벌어지면 군 지휘부의 대응이 상세히 기사화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또 대통령은 7시간 동안 사라졌던 걸까요? 그날 합참의장은 천안함 사건 때처럼 또 외부 행사하고 술을 먹었던 걸까요? 도대체 작전의 책임자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할 것 아닙니까? 북한이 쳐들어 와도 이렇게 대응할 겁니까?
그동안 입으로만 국가 안보를 외치고 정보기관이 민간인 사찰에나 몰입하고 있으니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없습니다. 이건 보통 심각한 사태가 아닙니다. 국내 정치에는 그리도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없는 간첩 잡는다고 호들갑 떨더니 이번에는 왜 늦었습니까? 민간인이 오히려 국방부보다 사태를 먼저 파악하고 말했다는 걸 무얼 의미하는 겁니까? 확실히 밝혀야 합니다. 어물정 그냥 넘어갈 생각이라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버릇을 고쳐 놓아야 합니다. 정말 이 정부 못 믿겠습니다. 불안해서 어디 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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