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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군 “북 명백한 도발” 규정…남북 무력 충돌 긴장 고조

등록 2015-08-10 19:51수정 2015-08-21 08:40

우선 2곳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북 “최고존엄 모독” 알레르기 반응
천안함 사건때도 방송 재개 안해
국방부가 10일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고를 “북한군의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곧바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하고 나섬에 따라, 남북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방부는 일단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방송의 재개를 부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군 당국자는 “우리 군이 보유한 대북 확성기 시설 11곳 가운데 우선 서부 전선 지역과 중부 전선 지역 등 2곳에서 실시한다”며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자행한 데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조처인 만큼 무기한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방송의 내용 등과 관련해선 “북한 체제 비판 등이 아니라 우리나라 발전상 소개, 이번 지뢰 도발의 실상 공개 등이 주된 내용으로 불규칙적인 시간에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심리전에 대해 “최고 존엄 모독”, “반공화국 모략전”이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데 비춰, 북한이 격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북한군은 남한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조준 사격해 격파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도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대북 보복 차원에서 2004년 이후 중단됐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으나, 북한의 반발을 의식해 시행하지 않았다.

군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해 북한군이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겸 정부훈련인 ‘을지포커스렌즈연습’을 앞두고 남한의 안보태세를 흐트러뜨리기 위한 도발로 보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이번 북한의 도발은 천안함 사건과 비슷하다. 어뢰를 지뢰로 바꾸어 놓고 보면, 누구의 소행인지를 논란거리로 만들어 천안함 침몰 때처럼 남남갈등을 일으키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더는 밀리기만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가 북한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렇지 않아도 경색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한 남북관계는 사실상 ‘질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일부는 지난 5일부터 북쪽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는 서한 발송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으로 남북대화 재개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확성기 방송 재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과도 상의해서 결정한 일”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에 연연하지 않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방부는 추가적인 대북 대응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국방부 당국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는 북한이 가장 부담스럽게 여기는 부분”이라며 “합동참모본부가 대북 성명에서 경고한 ‘혹독한 대가’ 중 우선적으로 실시한 것이며 추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군당국은 북한이 확성기 방송 재개에 군사적으로 반발하면 “자위권 차원”에서 응징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이미 전방 부대의 경계태세 강화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군 당국이 북한의 무력 행동에 “원점 타격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혀온 터여서, 자칫 이번 사건이 남북간 무력충돌을 격화시키는 악순환의 출발점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합참이 공개한 DMZ 지뢰 폭발 당시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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