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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대화는 기대할수 없나

등록 2015-06-15 20:22

[싱크탱크 광장] 한·미·일 3각동맹 속 남북관계 위기
‘박근혜 정부에서의 남북대화는 이제 끝났는가.’

기대를 모았던 6·15 15돌 남북 공동행사가 결국 분산개최로 마무리되면서 대북지원단체들과 통일운동단체들 사이에서 나오는 우려다.

6·15 15돌인 15일 남한 쪽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북한 쪽은 평양에서 각각 6·15 기념행사를 진행했다. 이는 남한의 광범위한 통일·대북지원·시민·종교단체들이 ‘광복 70돌, 6·15공동선언발표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민족공동행사 준비위)를 꾸려 추진했던 올해 남북관계 회복 전략이 중대한 차질을 빚게 됐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번 6·15 공동행사 개최 무산은 단지 하나의 행사에 대해 남북이 합의를 못 했다는 정도가 아닌, 향후 남북관계 전망 전체를 어둡게 볼 수밖에 없게 하는 징후적 사건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일부 활동가들은 민족공조를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이 바뀐 게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2월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북한이 적극적 민족공조를 통해 한·미·일 3각 동맹을 이완시키려는 전략을 써왔다고 본다. 하지만 최근 한·미·일 3각 동맹 강화 추세를 보면서, 북이 이 전략의 유효성을 재평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8·15를 비롯한 올 하반기 상황에서 북이 남북대화 제안은커녕 남쪽의 제안에 반응조차 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가 얼어붙고 군사적 긴장감마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박근혜 정부의 남은 2년 반의 임기 동안 남북관계는 ‘개점휴업’ 상태일 것으로 우려된다.

6·15 15돌 공동행사 무산 뒤
대북단체들 ‘개점휴업’ 우려
올해 초만 해도 남북관계 희망적
준비위, 6·15 15돌·광복 70돌 맞아
5월초 북과 공동행사 합의했지만
표면적 장소문제 갈등…결국 실패

이미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7월3일 개막하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가 그 첫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애초 참석하기로 했던 북한이 참석자 명단을 마감일인 6월3일보다 2주 가까이 지난 15일 현재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 북한팀 참석을 흥행포인트의 하나로 생각해온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는 북한 쪽의 참가를 위해 막바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북한 쪽은 사실상 불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개성에서 열린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 착공식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북한 쪽 관계자로부터 북쪽이 이왕에 진행되고 있는 만월대 공동발굴과 우리말큰사전 편찬사업 이외에 다른 일체의 교류를 안 할 방침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다. 자칫 박근혜 정부 남은 임기 내내 새로운 남북교류가 ‘사실상 제로’인 상황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상황이 어떻게 이렇게 악화됐을까?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좀더 전향적인 사인을 북쪽에 보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2년반 동안 남북관계는 ‘개점휴업’ 상태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회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박근혜 정부에서 좀더 전향적인 사인을 북쪽에 보내지 않는다면, 앞으로 2년반 동안 남북관계는 ‘개점휴업’ 상태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올해 초만 해도 남북관계에서 희망을 얘기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이 있는 마지막 해로 평가됨에 따라, 관계부처가 전에 비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정은 정권도 올해 1월1일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따라 통일운동단체를 비롯해 대북지원단체, 시민단체, 종교계까지를 망라한 광범위한 ‘민족공동행사 조직위’가 4월1일 꾸려졌다. 통일부도 그간 6·15 공동행사를 위한 남북 협의를 불허하던 태도를 바꿔 조직위 관계자들의 사전협의 목적의 대북접촉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남북은 중국 선양(심양)에서 지난 5월초 사전접촉을 하고 6·15 공동행사 개최에 합의했다.

하지만 공동행사 개최장소 문제와 관련해 ‘6·15 서울, 8·15 평양’을 주장하는 북한과, ‘6·15 평양, 8·15 서울’을 선호하는 남한 통일부 주장이 갈등을 빚다 공동행사는 결국 무산됐다. 북쪽에서는 지난 1일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명의의 팩스를 보내 “남측 당국이 (장소 문제와 관련해) 심양 실무회담에 끼여들어 장애를 조성”하였다며 “공동행사를 각기 지역별로 분산개최”하자고 최종입장을 전해왔다.

이렇게 북은 장소 문제가 공동행사 무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장소 문제가 영향을 안 준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단지 표면적인 이유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뒤에 숨어 있는 핵심은 올해 상반기 정세를 보면서 북한이 민족공조에 대한 평가를 달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과의 실무회담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이승환 민족공동행사 추진위 대변인은 올해 초와 비교할 때 6월 즈음의 북한 태도가 상당히 달라졌다고 전한다. 이 대변인은 이에 대해 “남쪽에 내려가 봐야 박근혜 정부 도와주는 들러리 역할만 하고 실제 중요한 정치군사적 차원에서의 변화는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으로 바뀐 것 같다”는 말로 정리했다.

대북지원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의 이용헌 대외협력국장은 이런 변화를 불러온 요인으로 ‘한·미·일 3각 공조의 강화’를 꼽는다. 이 국장은 “북한이 올해 초까지는 남북공조를 통해 한·미·일 3각 공조에 일정한 균열을 낼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면, 올해 상반기를 거치면서 이런 기대를 접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국장은 이어 “예전에는 3각 동맹을 추진하더라도, 미국이 일본과 우리나라를 다 다독여서 데리고 가려는 입장”이었는데 “올해 들어 미국이 일본과 앞서나가면서 남한에 선택을 하라고 강요하는 모양새”라고 분석했다. 이 국장은 이런 상황에서 ‘민족공조’를 한들, 3각 동맹을 통한 북한 옥죄기 정세가 변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북한 안에서 거세진 것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실제로 5월30일 북한이 분산개최를 통보해오기 이틀 전 한·미·일 국방장관은 제14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회의를 열고 북핵 및 미사일에 대응한 협력을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또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은 5월27일 서울에서 회의를 열어 “우리는 모든 외교적 옵션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채, 대북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오랫동안 활동한 한 대북지원활동 대표는 “북쪽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이런 상황에서는 대남사업을 책임진 김양건 비서조차 남쪽에 내려가 행사를 하자고 강하게 주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고 북쪽의 분위기를 전했다. “설사 서울에 내려와 6·15 공동행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밝힌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북쪽에서 판단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노동신문> 14일치 ‘대결을 정당화하기 위한 파렴치한 술책’이라는 글에서 3각 동맹 강화 움직임 등과 관련해 남한 정부를 비판했다. <노동신문>은 대북전단 살포 등을 거론하며 “미제가 조선에 적용하고 있는 ‘대화와 압박 병행 전략’을 남조선 괴뢰가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미·일 3각 동맹과 관련해 ‘남한이 대미 추종 자세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북한의 민족공조 정책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분석에 따른다면, 오는 8월 광복 70주년을 맞아 추진되는 8·15 공동행사도 큰 기대를 걸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몇 달 남지 않은 8·15 때까지 한·미·일 3각 공조에 대한 남한이나 북한의 태도가 바뀔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미·일 3각동맹 강화속
‘공동행사 한들 정세 불변 판단’ 뜻
북 성명 “6·15공동선언 이행” 촉구
‘민족공조’ 무용론 확정은 아닌 듯
“정부, 5·24조치 해제 등 정책을”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8·15는 축하의 분위기가 아니라 군사적 긴장감 속에서 맞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오는 8월에 한-미 합동훈련인 을지포커스훈련이 실시되지만, 그 의미와 북의 대응은 남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2013년 초반에 형성됐던 군사적 긴장이 재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중앙당에서 근무한 바 있는 한 탈북자는 역시 70돌이 되는 올해 10월10일 노동당 창건기념일이 남북간 위기의 정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당 창건기념일에 무엇인가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태에서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따라 당 창건기념일에 맞춘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북한식으로 보면, 위성 발사는 우리를 압박하는 제국주의자들에게 우리가 승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의 위성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이 제재에 나서고, 이에 맞서 북한이 제4차 핵실험을 위협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이승환 공동행사 대변인은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점휴업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남한 정부가 획기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대변인은 현재 북한의 민족공조에 대한 변화된 태도가 얼마나 지속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박근혜 정부 내내 이럴 가능성이 높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면서도 “북 내부에서도 (남북대화를 안 하겠다는 등의) 방침이 확고하게 정해진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는 북한내 선군(先軍)을 주장하는 세력과 선경(先經)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다툼에서 선군을 주장하는 세력이 일정 정도 주도권을 잡은 상태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은 15일 정부 성명을 통해 “온 겨레가 남북 관계 개선과 조국 통일에 대한 커다란 기대와 열망을 안고 맞이한 올해도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며 “역사적인 북남 공동선언들을 이행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치들을 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은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미국과의 북침 전쟁 연습 종식’ 등 여러건을 내세웠다. 이 성명은 북의 전략이 아직까지는 확고하게 민족공조 무용론 쪽으로 고정·확정된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남북관계 및 한·미·일 3각공조가 지속되면 북에 남아 있는 선경세력이 더욱 힘을 잃게 될 것이 명백해 보인다. 이에 따라 이승환 대변인은 “선경을 주장하는 세력들이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박근혜 정부가 5·24조치 해제 등 전향적인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다면 정말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남북관계 제로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한반도 문제,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풀어야”

[인터뷰]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

미-중 중-일 대결, 한반도에 영향
북이 발언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
“북이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민족공조’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김창수(사진) ‘새로운 코리아구상을 위한 연구원’(코리아연구원) 원장이 바로 답한 내용이다. 역시 꼼꼼하게 ‘증거’에 의해 남북관계 변화를 설명하는 김 원장다운 대답이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라고 질문에 동의를 표했다. 그러면서 그는 “갈수록 남북만의 시각으로는 풀어가기 힘들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많다”며 “대북지원도 이제 동아시아적 시각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시절의 통일운동에 이어 통일맞이 기획위원, 참여정부 때 청와대 통일·안보분야 근무 등을 거치면서 줄곧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김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이제는 통일운동이나 대북지원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두는 ‘남북을 넘어 동아시아로’이다.

-북한의 민족공조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다는 분석이 많다.

“북이 그런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나는 그런 방향으로 생각한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아시아의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 동아시아의 미-중 대결구도, 중-일 대결구도가 한반도 분단에 너무 크게 작용한다.”

-한·중·일의 동북아시아가 아니고 동아시아인가?

“그렇다. 난사(남사)군도 문제 등 동남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그것이 곧 미-중의 대결이 되는 시기다.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 일이 한반도 대결 상황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함께 돌파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남북공동행사 등만으로 분단을 규정하고 있는 제반 조건들을 돌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동아시아적 시각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옳다고 보는가?

“한국의 시민단체가 평화운동 차원에서 동아시아 평화운동 진영과 연대했던 과정 등을 접목시키는 데서 해답을 찾으려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북과 관련해서는 아주 추상적이지만, 북이 공공외교 등 신외교를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1999년 헤이그에서 열린 세계평화회의에서는 50가지 의제를 채택했는데, 그중 민간도 평화와 관련한 외교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있었다. 북도 이제 국제사회에서 발언할 수 있도록 남쪽 민간단체가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가령 북한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원숭이에 비유하는 방식으로 상대방 원수를 비난하지 않도록 하는 폴리티컬 커렉트니스(차별적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정치적 공정함)를 이해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글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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