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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선민후관’ 원칙 부활…꽉막힌 남북관계 물꼬 터야

등록 2015-03-02 20:04수정 2015-03-02 20:40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8·15, 6·15 남북 공동행사를 다시 여는 등 민간 영역이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2005년 평양에서 열린 ‘6·15 기념 민족통일대축전’ 행사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8·15, 6·15 남북 공동행사를 다시 여는 등 민간 영역이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2005년 평양에서 열린 ‘6·15 기념 민족통일대축전’ 행사 장면. <한겨레> 자료사진
[싱크탱크 광장] ‘2015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자’ 토론회
‘민간이 앞장서고, 정부는 충분히 지원하라.’

지난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토론회 ‘2015년 남북 관계, 돌파구를 열자’에서 모아진 결론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경색될 대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어갈 돌파구는 대북 인도지원이나 남북경협 등에서 ‘민간’이 다시 앞장설 때에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이를 제약하거나 방관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충분한 지원 의지를 가질 때에만 돌파구는 대통로로, 고위급회담으로, 혹은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 1년을 민과 관이 2인3각으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말이다. 더욱이 북한이라는 상대방을 고려할 때, 경주는 ‘3인4각’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가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뭔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2인3각, 혹은 3인4각을 가장 주동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것은 박 대통령과 정부여야 한다.

‘광복 70주년 및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토론회는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을 비롯해 한반도평화포럼, 국회한반도평화포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시민평화포럼, 코리아연구원 등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 마련했다. 1부 발제·토론과 2부 패널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된 토론회 내용을 올해의 시간 흐름에 맞춰 재구성해보았다. 출발은 농사철이 시작되는 3월 북한에 농사 관련 지원물품을 보내는 것이다.

작년 남쪽 인도지원단체 평양 못가
대북지원 사실상 끊긴 상태
“국민의 통일 관심 장애 초래 우려”

남북 정부 설득해 상황 넘어서야
3월 농사물품 보내기가 출발 제격
당국간 회담 위해선 경협도 터야
5·24 조치 입장 정리 등 과제 제시

8월까지 여러 기회들 계속 이어져
남북 진정성 가지면 가능성 열려

3월. 농사 관련 대북지원 물품 보내야

발제자로 나선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총장은 2014년을 ‘20년 대북 인도지원 역사상 최악의 해’로 꼽는다. “남쪽 민간 지원단체들이 평양에 발을 못 디딘 최초의 해”이기 때문이다.

강 총장의 지적대로 현재 대북 인도지원은 사실상 끊긴 상태이다. 남쪽 정부는 남쪽대로 대북지원 물품의 품목을 규제하고, 북쪽 정부는 북쪽대로 남쪽 정부의 품목 규제가 대북지원 물품을 ‘정치선전’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통일부가 4년간 중단됐던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을 재개했지만, 이 기금으로 국내 지원단체가 북한을 지원한 사례는 단 한곳도 없었다. 해외에 있는 몇 개 단체들만이 이 기금으로 북한에 지원물자를 보냈을 뿐이다. 북한이 ‘모자 보건사업’ 등을 중심에 둔 지원 내역과 관련해 ‘드레스덴선언 홍보용’이라고 계속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 총장은 이런 대북지원 감소가 빚어낼 큰 문제점으로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품격, 실천적 동포애가 약화되는 것”을 꼽는다. 더 나아가 “대북지원 쇠퇴는 우리 국민의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민족적 포용성에 큰 장애를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그는 지적했다.

강 총장은 올해는 이런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 정부를 모두 설득해야 한다. 남쪽 정부는 민간단체들에 좀더 자율성을 주고, 북쪽은 인도지원물자 수령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현재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 총장은 그 중요한 계기로 비료나 못자리비닐 등 북한이 필요로 하는 농사 관련 물품을 3~4월 중에 보내는 것을 꼽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홍사덕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북녘에 비료 100만포대 보내기 운동’을 추진했으나, 정부의 강력한 제동을 받고 중단된 적이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로서는 남북관계 개선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올해 상반기에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강 총장은 이와 관련해 심포지엄 뒤인 3월2~3일 중국 선양에서 북한 민화협 관계자와 올해 지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출국했다. 강 총장은 어렵게 마련된 이번 남북 대화의 기회를 통해 대북지원 활동의 돌파구가 열리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4월, 대북전단과 관련한 메시지 정리 필요

4월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북전단과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정하는 것이다. 4월이 되면 기온이 올라가고 바람의 방향도 바뀌어 대북전단을 뿌리려는 반북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발제에 나선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대북전단 살포를 ‘하나의 전쟁행위’라고 규정한다. 그는 “전단 살포는 북한에 모욕을 주는 심리전의 하나이며 군사작전의 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단 살포가 김관진 전 국방장관이 재임 기간에 표방한 ‘제4의 전쟁’ 개념에 들어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 전 장관이 강조했던 ‘제4의 전쟁’은 우리 특수부대가 북한 내 우호세력을 결집하여 북한에 유격기지를 구축하여 전쟁 수행 능력을 마비시키는 ‘분란전’을 표방하는 것이다. 김 편집장은 이렇게 남쪽의 군부가 대북전단 문제를 “단순한 프로파간다 이상의 새로운 전쟁 개념으로 수용하는 부분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에 나선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전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국장)도 “대북전단 문제가 안보 비용과, 특히 지역주민들의 생명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이사는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살고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의 일부에 대한 제약을 감수하면서 살고 있다”고 전제한 뒤, 대북전단 문제에 대해 정부가 태도를 명확히 할 것을 촉구했다.

패널로 참석한 원혜영 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위 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대북전단 하나 때문에 수많은 대화 기회가 유실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5월, 남북경협의 물꼬 다시 열어야

남북이 대통로를 열고 당국간 회담을 활발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남북경협에서 물꼬를 트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경협을 원천적으로 막아 놓은 5·24 조처 5년이 되는 올해 5월에는 정부가 남북경협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발제자로 참여한 이석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경제의 현 상황으로 볼 때, 남북경협 재개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 경제가 2000년 들어 줄곧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쪽의 통계가 북에서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업 등은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를 포함할 경우 실제 회복치는 남쪽에서 추정하고 있는 것보다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이밖에 북한의 현재 경제상황 변화로 △시장화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점 △지방 개발구를 통해 지방의 외자유치 자율성이 높아진 점 △핵·경제 병진정책으로 경제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런 북한 경제 변화를 고려할 때 남북경협의 필요성과 잠재력은 더욱 커졌다”며 “민간 차원의 경협을 재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경협이 재개되면 “정부가 특별하게 손을 쓰지 않더라도 빠르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그는 예측했다.

남북경협 재개의 관건인 5·24조처 해제는 천안함 침몰 사건 해법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남한은 여전히 북한의 어뢰공격이라고 주장하고, 북한은 여전히 근거 없는 모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패널로 나선 원혜영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남북경협 활성화 조치를 추진해나가면서, 이와 병행해 북한으로부터 사과를 받아내려는 노력은 계속하겠다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께 패널로 나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제안했던 방식, 즉 “북에서 보면 사과가 아니고 남에서 볼 때는 사과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5년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자’ 제2부 패널토론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맨 왼쪽부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사회),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유호열 고려대 교수.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지난 2월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5년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자’ 제2부 패널토론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맨 왼쪽부터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사회),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유호열 고려대 교수.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8월, 7년 만에 남북 공동행사 개최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8·15 경축사 때부터 밝혔던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 광복을 기념할 수 있는 문화사업”이 성사되려면 올 8·15 행사를 민간이 주도해서 남북 공동행사로 치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강영식 사무총장은 “통일부 등에서 추진 의사를 밝혔던 한반도 대륙철도 시범운행 등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북한과 접촉조차 안 된 상태”라고 지적한 뒤, “이런 과제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8·15 남북 공동행사를 7년 만에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이어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중단돼버린 민간단체들 중심의 남북 공동행사 복원이 광복 70년을 맞은 올해 다시 복원되면, 남북관계 진전의 중요한 매개점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강 총장은 “이를 위해 남쪽 민간단체들은 서로 차이가 있겠지만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7년 만에 남북 공동행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남북 공동행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왔던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뿐만이 아니라 민화협과 종단협의회, 대북지원단체, 시민단체를 망라하는 다양한 역량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물론 이들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토론자로 나선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현재 “통일부와 청와대가 (이런 문제의 처리를 놓고) 핑퐁을 한다”며 “당위론적으로 얘기만 하는 것으로는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남북관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청와대의 ‘진정성’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것이다.

남북관계의 대통로는 열릴 것인가

남북한 고위급회담, 혹은 정상회담이 가능한지 여부를 누구도 쉽게 점칠 수는 없다. 그러나 3월부터 시작해 8월까지 이어지는 여러 기회들을 남북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해 나간다면 꼭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남과 북 모두 대화의 필요성은 여러 차례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원혜영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강력한 반공보수세력에 기반을 둔 체제이기에 남북대화 개선을 오히려 기대했던 국민들도 이제 상당히 그 기대를 접은 상태”라면서도 “올해는 정부의 역할이 좀더 획기적으로 변화하고, 주도적이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물이 흘러야 물길이 생기고 사람이 다녀야 길이 나는 것처럼,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교류가 이어지는 것이 중요 하기 때문”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이 나라가 이대로 가서야 되겠나 싶어 통일문제 조금씩 얘기”

패널 참여 새누리 이재오 의원 눈길
“북한도 OK하는 통일정책 제시해야”
국내 정책용·대국민홍보용 안돼”
“실세 때 했으면 좋았을 것” 지적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
2월27일 ‘2015 남북관계, 돌파구를 열자’ 토론회에서는 이재오 의원(새누리당)의 발언이 특히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이 남북관계가 한껏 악화됐던 이명박 정부의 실세 의원이 아니라 예전 민주통일민중운동연합의 ‘이재오 민족통일위원장’으로서 발언하는 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자신이 정계 입문 이후 이명박 정부 때까지 통일 관련 분야에 대해 발언하지 않았던 이유와 관련해 1990년 제1차 범민족대회를 추진하다 구속된 전력 등을 들었다. 어떤 발언을 하더라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상황이어서 통일 분야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올해 외교통일위원회에 들어가면서 “이 나라가 이대로 가서야 되겠느냐”는 생각에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조금씩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바뀌면 통일정책이 바뀌고, 새로 정권을 잡는 사람은 뭔가 통일에 대해 얘기해야 되는 것처럼” 돼 있지만 많은 이야기가 “햇볕정책에서 더 나아간 것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통일정책이 왜 이렇게 진척이 안 됐는가 스스로 물은 뒤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통일 문제를 국내 정책용으로, 대국민 홍보용으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는 통일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원칙으로서 “북한도 오케이 하는 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한마디 하면 우리가 길길이, 우리가 한마디 하면 북한이 길길이” 뛰는 방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이런 원칙 속에서 핵 문제와 관련해서 “북한이 핵 때문에 버티고 사는데, 핵 없애면 대화한다고 하면 북한이 말을 듣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이원은 “핵 문제는 6자회담에 넘겨놓고, 남북대화에 나서는 등 핵 문제를 우회하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전단 문제와 관련해서 “전단 살포가 실효성은 없으면서 북한에게 남북대화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패널토론 사회자인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 총장은 “그런 얘기들을 실세였던 이명박 정부 때 하셨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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