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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 ‘최고위급 회담’ 언급 등 박 대통령 3~4번의 기회 못 살려

등록 2015-02-26 20:22수정 2015-02-27 01:56

박근혜 정부 2년 진단 ⑤ 통일·외교
멈춰선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간 신뢰 구축을 통해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간다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추진을 남북관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워 집권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실제 남북간 신뢰는 더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이고 남북관계는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사실 박 대통령은 2013년 임기 초부터 북한의 도발에 직면하는 등 어렵게 출발했다. 북한은 당시 2012년 12월부터 장거리 로켓 발사-3차 핵실험-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한반도 정세를 숨가쁘게 몰아갔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제대로 적용할 여유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같은 해 6월부터는 북한이 남북 당국간 회담도 제안하며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등 남북관계가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았다. 박 대통령에겐 이후 적어도 3~4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살리지 못했다. 전략적 큰 그림을 갖고 유연성 있게 접근하기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식의 단기적·즉흥적 명분 싸움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13년 6월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엄혹한 상황에서도 남북당국간 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 수석대표의 ‘급’을 문제삼아 회담을 무산으로 몰고 갔다. 정부는 북한이 그동안 급이 안 되는 인물을 수석대표로 내보내온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기염을 토했으나,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외교무대에서도 협상 상대국 대표의 ‘급’을 문제삼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결국 정체불명의 원칙과 명분에 대한 턱없는 집착의 결과였다.

지난해 2월 남북간 고위급접촉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상호 비방 중단 등에 합의해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한차례 개최에 그치고 말았다.

지난해 10월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김양건 노동당 비서 등 3인방이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 선수단 격려 명목으로 남쪽으로 내려와, 2차 고위급접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며칠 뒤 탈북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을 둘러싸고 남북 군이 위협사격까지 주고받는 험악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었다.

지난 연말연시에 남북대화의 기대감은 다시 높아졌다. 연말 남의 통일준비위원회가 남북회담을 제안한 데 이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다시 불씨를 살린 것이다. 그러나 10여일 뒤 열린 박 대통령의 새해 기자회견이 남북 이산가족 상봉 요구 말고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 만한 어떤 대북 제안도 내놓지 않음으로써, 사그라지고 말았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박 대통령이 겉으로는 ‘신뢰 프로세스’를 내세우면서도 속으로는 ‘북한이 어려우니까 밀어붙이면 굴복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완고한 대북 강경책을 추진하면서, 조금만 양보하면 풀릴 일도 더 어렵게 꼬였다”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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