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2년 진단 ⑤ 통일·외교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지난 2년간 대북 정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남북 대결 구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 근본 원인은 박 대통령의 유연성 부족 탓이지만, 박 대통령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핵심인물(키맨)이 없고, 컨트롤 타워격인 청와대 조직 자체도 꼬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박 대통령의 귀를 잡고 정책 전환을 설득할 수 있는 통일외교 분야의 ‘핵심 전략가’가 없다는 점이 큰 문제로 뽑힌다. 박 대통령 자신이 ‘키맨’이라는 우스갯말도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처럼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있는’ 전략가가 없다 보니, 배가 산으로 가도 이를 말릴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책 방향은 달랐지만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김태효 전 대외전략기획관이 비슷한 역할을 했다.
DJ때 임동원, 노무현정부 이종석 같은
힘있는 ‘조타수’ 없어 갈팡질팡 청 외교안보수석이 통준위 업무
국가안보실서 북한과 협상 ‘모순’
통일부, 청 의사결정 과정서 배제
‘대북 강경’ 군·공안 출신이 주도 이런 현상은 통일외교 분야에서 박 대통령의 가정교사이자 대북 협상파였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인수위 시절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일외교안보 라인은 한-미 동맹파이자 대북 강경파였던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역시 군 출신의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사석에서 이런 구도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공안검사 출신의 김기춘 비서실장이 지난해 4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운영 등에 관한 규정’까지 개정하며 국가안전보장 회의에 참석하면서부터 청와대의 입김은 더욱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전략가이자 비둘기파로 통하는 이병기 전 주일대사가 국정원장에 취임했지만, 이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외교 소식통은 “이병기 원장이 취임 뒤 의욕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김기춘 실장 간에 갈등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조직 자체가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외교안보수석실과 국가안보실이라는 이원 구조로 돼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1년 뒤 국가안보실 산하에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를 만들었다. 조직개편에 따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형식적으로는 국가안보실의 제2차장을 겸하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이라는 두명의 ‘상사’를 모시는 꼴이 됐고 업무의 통합성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라는 평가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교안보수석실 쪽에선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버린 통일준비위원회 업무를 하고 있는 반면,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남북대화와 대북 문제에 대해 전문적 조언을 해줘야 할 통일비서관은 전략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 중심의 업무를 다루는 외교안보 수석 밑에 있다. 제 역할을 하기가 힘든 구조인 셈이다. 통일부는 청와대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통일부 장관이 주로 맡았던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장수-김관진 등 군 출신의 국가안보실장이 맡고 있다. 역시 통일부 1급 관료들이 주로 가던 통일비서관은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의 홍용표 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외교안보수석실과 국가안보실을 통틀어 통일부에서 파견된 고위 관료는 국장급(2급) 1명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부 안에서 “장관은 위에서 막히고 직원들은 아래에서 막힌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힘있는 ‘조타수’ 없어 갈팡질팡 청 외교안보수석이 통준위 업무
국가안보실서 북한과 협상 ‘모순’
통일부, 청 의사결정 과정서 배제
‘대북 강경’ 군·공안 출신이 주도 이런 현상은 통일외교 분야에서 박 대통령의 가정교사이자 대북 협상파였던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인수위 시절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나면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일외교안보 라인은 한-미 동맹파이자 대북 강경파였던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 역시 군 출신의 김장수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사석에서 이런 구도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공안검사 출신의 김기춘 비서실장이 지난해 4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운영 등에 관한 규정’까지 개정하며 국가안전보장 회의에 참석하면서부터 청와대의 입김은 더욱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전략가이자 비둘기파로 통하는 이병기 전 주일대사가 국정원장에 취임했지만, 이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외교 소식통은 “이병기 원장이 취임 뒤 의욕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김기춘 실장 간에 갈등이 상당히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조직 자체가 외교안보 분야의 컨트롤 타워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 외교안보수석실과 국가안보실이라는 이원 구조로 돼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1년 뒤 국가안보실 산하에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를 만들었다. 조직개편에 따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이 형식적으로는 국가안보실의 제2차장을 겸하도록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가안보실장이라는 두명의 ‘상사’를 모시는 꼴이 됐고 업무의 통합성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라는 평가 많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외교안보수석실 쪽에선 남북관계의 최대 걸림돌이 돼버린 통일준비위원회 업무를 하고 있는 반면,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과 협상에 나서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남북대화와 대북 문제에 대해 전문적 조언을 해줘야 할 통일비서관은 전략을 담당하는 국가안보실 1차장 산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 중심의 업무를 다루는 외교안보 수석 밑에 있다. 제 역할을 하기가 힘든 구조인 셈이다. 통일부는 청와대 중심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철저하게 배제됐다. 통일부 장관이 주로 맡았던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장수-김관진 등 군 출신의 국가안보실장이 맡고 있다. 역시 통일부 1급 관료들이 주로 가던 통일비서관은 통일부 장관으로 내정된 박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의 홍용표 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외교안보수석실과 국가안보실을 통틀어 통일부에서 파견된 고위 관료는 국장급(2급) 1명에 지나지 않는다. 통일부 안에서 “장관은 위에서 막히고 직원들은 아래에서 막힌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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