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 안 집무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신년사를 1면과 2면에 전문 게재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신년사 정상회담 언급
고위급, 부문별, 최고위급 회담 등
구체적 대화와 협상방안까지 거론
“노동당 창건 70돌…새 돌파구 의지”
문제는 대화방식·경로·전제 등 이견
만나도 기존입장 되풀이할 가능성
고위급, 부문별, 최고위급 회담 등
구체적 대화와 협상방안까지 거론
“노동당 창건 70돌…새 돌파구 의지”
문제는 대화방식·경로·전제 등 이견
만나도 기존입장 되풀이할 가능성
북한이 1일 신년사에서 ‘최고위급(정상)회담’ 개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을 시사하면서 새해 남북관계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남북이 모두 관계개선 방침을 밝힘에 따라 어떤 식으로든 남북대화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은 커졌다. 그러나 남북간 대화를 바라보는 견해차가 워낙 커 실제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이날 육성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여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며 정상회담과 중단된 고위급접촉 재개, 부분별 회담을 거론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라는 두루뭉술한 표현법을 사용한 것에 견줘 비교적 상세하게 방법론까지 예시한 것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 연구실장은 “우리 정부가 지난 29일 제안한 통일준비위 참여 회담은 사실상 거부하고, 북한식의 대화 프로세스를 제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제1비서가 공세적으로 대화 의지를 밝힌 배경엔 광복 70돌이자 노동당 창건 70돌인 올해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업적을 남기기 위해선 남북관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올해는 광복·분단·노동당 창건 70주년이 겹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해”라며 “지금까지 해결 못한 분단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이 리더십 확보의 가장 확실한 수단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남북 모두 대화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대화 방식과 경로, 전제 등에서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김 제1비서는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신의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며 한-미 군사훈련 중단, 체제모독(대북전단) 금지, 대북 인권문제 제기 중단 등을 대화 분위기 조성의 조건으로 예시했다. 또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광복 70돌 남북 공동행사 개최 등을 논의하자고 한 정부 제안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채 당국간 고위급접촉 재개를 대화 형식으로 역제의했다. 남북은 이미 7·4 공동성명과 6·15 공동선언, 10·4 선언 등의 통일헌장을 갖고 있다며 통준위의 통일헌장 논의도 에둘러 비판했다.
이 때문에 당장 남북대화의 방식에 합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 설사 남북대화가 열리더라도 지난해처럼 또 한번 서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북한도 정치·군사적 문제와 별도로 금강산 관광 재개나 5·24 조치 해제 등의 필요성은 크게 느끼기 때문에, 이후 이런 분야에서 공통의 해법을 찾아나갈 경우 대화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도 ‘분위기’를 언급한 만큼 민간교류를 통한 대남 압박 등을 위해 설 연휴 이산가족 상봉 같은 이벤트성 사업을 할 여지는 있다”고 관측했다.
이제 눈길은 이달 둘째 주 이후로 전망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쏠리고 있다. 김 제1비서가 넘긴 공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가 분명해질 터이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상 간의 직접 만남을 통해 제반 현안들을 통 크고 대담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올해 상반기 내에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자’고 제안할 차례”라고 주문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이슈김정은의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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