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가오후청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서명한 뒤 서명서를 교환하며 악수하고 있다. 베이징/청와대 사진기자단
[광복 1945, 희망 2045] 국민 여론조사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6명가량은 앞으로 협력해야 할 국가로 중국을 꼽아, 미국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한-중 관계의 성장이 가져온 인식의 변화로 풀이된다.
<한겨레>가 광복 70년을 맞아 최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향후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협력이 가장 필요한 나라는 어디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8.5%가 ‘중국’이라고 답했다. 미국을 꼽은 응답률은 34.5%에 그쳤다. 2004년 8월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에선 중국(43.7%)과 미국(41.8%)이 서로 엇비슷했다. 10년 사이에 중국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 대한 협력 선호도가 부쩍 높아진 것은 일차적으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중국의 부상이 도드라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직접적으로는 한-중 무역 규모가 한-미의 두배에 이르며 최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된데다, 관광과 유학을 비롯한 인적교류도 급속히 늘어나는 등 한국과 중국의 밀접도가 높아진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미국에 안보를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한-미 동맹’에 대한 피로도도 녹아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주관적 이념 성향에 비춰 보면 진보(70.3%)와 중도(61.6%)가 보수(50.1%)에 비해 중국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대체로 보수적인 성향층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10년전보다 14.8%p 늘어
미국은 34.5%로 두번째
일본은 반토막 넘게 줄어 3.1% ‘통일은 천천히’ 71%
흡수보다는 점진적 통일 선호
20대층은 ‘이대로’가 ‘서둘자’ 4배 연령대별로는 직장생활을 하며 ‘중국의 힘’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40대(71.0%)와 50대(65.7%)가 미래 협력국가로 중국을 많이 꼽았다. ‘401만원 이상’의 소득층에서 중국에 대한 협력 선호도가 높은 것(70.5%)도 실질적으로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사업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20대 젊은층에선 미국(45.7%)과 중국(47.9%)의 비율이 엇비슷했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등을 통해 미국 문화에 많이 노출됐던 20대 층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향후 협력국가로 ‘일본’을 꼽은 응답은 2004년의 8.9%에서 이번에는 3.1%로 반토막이 넘게 줄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 선호도는 이념 지향과 무관하게 고르게 낮아, 일본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짙게 깔려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통일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크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한다’는 답변은 13.5%에 그친 반면,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통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이 71%를 차지했다. ‘현재대로가 좋다’거나 ‘관심이 별로 없다’는 응답은 각각 10.7%와 4.4%였다. 통일의 당위는 인정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흡수 통일’ 방식보다는, 남북간 이질성 극복을 통한 ‘점진적 통일’ 방식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념적 성향이나 정당 지지층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 특히, 20대 층에선 ‘대가에 상관없이 빨리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평균을 한참 밑돌았으며,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은 18.9%로 평균의 거의 2배에 이르렀다. 20대 층에서 통일에 대한 당위가 가장 약한 셈이다. 또한 2003년 5월 <한겨레> 창간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대로 유지’와 ‘관심 없음’은 각각 7%와 4.2%였다. 이번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통일 대박론’ 등으로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 했음에도 통일에 대한 전반적 무관심이 미세하게나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미국은 34.5%로 두번째
일본은 반토막 넘게 줄어 3.1% ‘통일은 천천히’ 71%
흡수보다는 점진적 통일 선호
20대층은 ‘이대로’가 ‘서둘자’ 4배 연령대별로는 직장생활을 하며 ‘중국의 힘’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40대(71.0%)와 50대(65.7%)가 미래 협력국가로 중국을 많이 꼽았다. ‘401만원 이상’의 소득층에서 중국에 대한 협력 선호도가 높은 것(70.5%)도 실질적으로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사업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20대 젊은층에선 미국(45.7%)과 중국(47.9%)의 비율이 엇비슷했다. 어렸을 때부터 드라마 등을 통해 미국 문화에 많이 노출됐던 20대 층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향후 협력국가로 ‘일본’을 꼽은 응답은 2004년의 8.9%에서 이번에는 3.1%로 반토막이 넘게 줄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으로 일본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떨어졌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본 선호도는 이념 지향과 무관하게 고르게 낮아, 일본에 대한 반감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짙게 깔려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통일 문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치러야 할 대가가 크더라도 가능한 한 빨리 해야 한다’는 답변은 13.5%에 그친 반면, ‘서두르지 않고 서서히 통일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이 71%를 차지했다. ‘현재대로가 좋다’거나 ‘관심이 별로 없다’는 응답은 각각 10.7%와 4.4%였다. 통일의 당위는 인정하면서도 급격한 변화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흡수 통일’ 방식보다는, 남북간 이질성 극복을 통한 ‘점진적 통일’ 방식을 선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념적 성향이나 정당 지지층에 따른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 특히, 20대 층에선 ‘대가에 상관없이 빨리 통일해야 한다’는 응답은 4.5%로 평균을 한참 밑돌았으며, ‘현재대로가 좋다’는 응답은 18.9%로 평균의 거의 2배에 이르렀다. 20대 층에서 통일에 대한 당위가 가장 약한 셈이다. 또한 2003년 5월 <한겨레> 창간기념일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현재대로 유지’와 ‘관심 없음’은 각각 7%와 4.2%였다. 이번 설문조사와 비교하면,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통일 대박론’ 등으로 통일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려 했음에도 통일에 대한 전반적 무관심이 미세하게나마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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