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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첫 관문은 금강산 관광 재개”

등록 2014-11-17 19:38수정 2014-11-17 19:38

금강산 관광은 민족의 화해라는 16년 전의 임무 이외에도 동북아 정세 변화 등에 힘입어 ‘유라시아로 가는 관문’ 구실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2007년 10월16일 오전 남한 관광객들이 단풍이 붉게 물든 금강산 삼선암을 뒤로하고 만물상을 향하는 모습.  금강산/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금강산 관광은 민족의 화해라는 16년 전의 임무 이외에도 동북아 정세 변화 등에 힘입어 ‘유라시아로 가는 관문’ 구실을 하게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2007년 10월16일 오전 남한 관광객들이 단풍이 붉게 물든 금강산 삼선암을 뒤로하고 만물상을 향하는 모습. 금강산/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싱크탱크 광장 금강산 관광 16돌 기념 토론회
‘금강산은 여러 개의 문이다.’

18일로 16돌을 맞는 금강산 관광 출범일을 기념해 지난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 ‘금강산과 나진, 유라시아로 가는 관문’에서 참가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중단된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하면 우리는 닫혀 있는 많은 문을 열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금강산 관광 재개는 우선 막힌 남북관계를 여는 문이며, 닫힌 남북경협을 푸는 문이다. 토론 참가자들은 더 나아가 “금강산 관광은 남한을 유라시아로 나아가게 하는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원혜영 의원(국회 남북관계 및 교류협력 발전 특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정병국 의원(새누리당)과 사단법인 남북경제협력포럼(이사장 이오영)이 공동 주최했다. 또 토론회에는 금강산기업인협의회 이종흥 회장을 비롯한 금강산 관광 관련 기업인이 다수 참여해 기업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하고 관광 재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195만명 관광뒤 7년째 ‘닫힌 문’
업체 줄도산에 막대한 투자손실
“금강산·남북철길 다시 열어야
DMZ공원·신뢰 프로세스도 탄력
내년 상반기까지 진전 못이루면
박근혜 정부 더 이상 기회 없어”

1998년 11월18일 크루즈선인 금강호가 동해항을 떠나 금강산과 인접한 북한 장전항으로 향하면서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50년 이상 닫혀 있던 남북관계에 의미 있는 새로운 ‘문’들을 만들어나갔다. 금강산 관광은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는 민족 화해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2003년에는 육로관광을 시작하면서 분단 역사상 처음으로 판문점을 통하지 않고 남북이 왕래할 수 있는 길을 냈다. 모두 195만여명의 남한 주민이 금강산을 찾도록 함으로써 남북한 상호이해에도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2008년 7월 관광이 중단된 뒤 벌써 7년째 재개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그동안 금강산 관광이 만들어놓은 ‘남북 공동번영을 향한 문’들이 모두 닫혀가고 있다. 토론 참석자들은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현 정부의 대북정책도 금강산 관광 재개라는 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원혜영 의원은 개회사에서 “쉬운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갈 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도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국민이 원하고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조차 결단하지 못하면 어떻게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남북간에 더 깊은 신뢰와 이해가 필요한 정책 등을 벌여나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정병국 의원도 환영사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남북이 따로가 아닌 함께여야 완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 이종흥 회장은 축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는 우리 대한민국이 성장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발제에 나선 심상진 경기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16년 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할 때 현대아산이 만든 기획안에는 이미 박근혜 정부의 현재 대북정책 내용이 다 담겨 있었다고 강조한다. 당시 현대아산 상무로 금강산 관광 운용을 담당했던 심 교수는 그때 이미 기획안에서 금강산 관광의 의의로 ‘남북의 화해와 협력 증진, 남북간 신뢰 회복, 한반도 긴장 완화, 통일 및 세계 평화 촉진’을 꼽았다고 설명한다.

심 교수는 따라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대북정책을 성공시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가령 ‘디엠제트 세계 평화공원’을 보자. 비무장지대를 이용하는 이 사업은 남북이 서로 양해하고 합의해야만 가능한 사업이다.

심 교수는 금강산 관광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형성에도 큰 구실을 해왔다고 말한다. 그는 “산악자전거대회, 사이클대회, 마라톤대회, 심지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까지” 금강산에서 열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런 다양한 행사를 통해 남북의 접촉이 늘어나는 것이 남북한의 신뢰 형성에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심 교수는 금강산 관광이야말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현실화하는 관문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남북 철도가 이어지지 않으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실현 불가능한 구상이 된다.

사실 남북은 이미 금강산 관광이 활발했던 시절 끊어진 철도를 연결하고 운행까지 마친 상태다. 금강산과 가까운 동해선 철도의 경우, 2002년 9월 경의선과 함께 남북 철도 연결공사 착공식을 했다. 2003년 6월 군사분계선상에서 남북 철도 궤도를 연결하는 행사를 했으며, 2007년 5월에는 열차 시험운행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휴전선을 관통했던 남북 철도는 더 이상 운행되지 않는 상태가 됐다.

사실 금강산 관광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빨리 재개되는 것이 맞다. 이미 관광 중단으로 인한 피해와 기회비용 상실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금강산기업인협의회에 따르면, 금강산 관광을 주도했던 현대아산의 경우 관광 중단이 지속되면서 70%의 임직원이 직장을 잃었다. 또 현대아산을 제외한 49개 금강산투자기업은 시설투자 1910억원, 매출손실 3950억원 등 총 6000억원 가까운 피해를 입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도 관광 중단 이후 6년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240여개의 요식업체가 문을 닫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늦어지면 박근혜 정부마저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점차 많은 국민이 금강산이 다시 열리지 않고 남북을 잇는 철도와 도로에 차량이 다니지 않는 상태에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정책을 얘기하는 것은 ‘헛구호’라는 점을 인식해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나선 추원서 한반도개발협력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에 주어진 ‘기회의 시간’을 내년 상반기까지로 봤다. 추 원장은 “그때까지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에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 원장은 “북-중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다는 얘기가 있지만 국제관계는 항상 변화한다”며 “현재 중국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북한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태이므로 북-중 관계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서 이미 커다란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중국의 관광객이 급속하게 팽창하면서 동북아 여행 사업 전체를 크게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중국인 1억명가량이 해외관광을 다녀왔다”며 “그러나 이 수치는 수년 내 4억여명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은 일정 정도의 폐쇄성이 있었지만 “남한과 북한을 엮는 관광상품으로서 굉장히 폭발력이 있었다”고 평가한다.

한국관광공사 남북관광센터 김한규 연구원은 금강산 관광 문제는 남이나 북이 모두 윈윈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연구원은 이를 위해 중국 관광객 등 외국 관광객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금강산 관광 문제를 풀 것을 제안했다. 김 연구원은 “남한 국민의 북한 관광만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부담이 적은 외국 관광객들이 남한을 거쳐 금강산 관광을 하는 문제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때, 관광한국의 위상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김상태 선임연구위원의 말대로 “비무장지대를 넘어가면서 남과 북을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뛰어난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금강산 관광을 계속 중단하는 것은 남북 화해의 문만 닫아거는 것이 아니다. 유라시아로 가는 문을 스스로 폐쇄하는 것이며, 관광한국의 무한한 잠재력도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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