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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싱크탱크 광장] “박근혜 정부 출범뒤 대북지원 결정하면 늦는다”

등록 2013-01-08 19:37수정 2013-01-08 22:48

강영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강영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총장)이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인터뷰/ 강영식 대북협력민간단체협 운영위원장

5년 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성적을 받을 것인가?

너무도 변수가 많아 쉽게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외적인 변수가 많다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두 정부의 의지다. 남북 두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잃어버린 5년’을 극복하고 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있다면 외적 변수는 사실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다.

일단 북쪽은 올해 신년사 등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남쪽에 보내왔다. 북한은 19년 만에 최고 지도자가 육성으로 발표한 신년사에서 “남녘 겨레들”에게 새해 인사를 전했고, “북남공동선언의 존중과 리행”을 강조했다.

북쪽 민족화해협의회(회장 김영대)도 지난 1일 남쪽의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 앞으로 보낸 ‘새해의 인사’에서, “2013년을 맞으며 ‘북민협’ 관계자들과 후원자들,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뜨거운 동포애적인 마음을 담아 새해의 인사를 보낸다”고 적었다. 북민협 운영위원장인 강영식 우리민족서로돕기 사무총장은 “북한이 후원자들과 가족까지 언급하며 새해 인사를 한 것은 예전에는 없었던 일”이라며 “이는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영식 사무총장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이 지난해 1월 56개 대북지원단체 협의체인 북민협 의장단체가 되면서 북민협 운영위원장직을 함께 맡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자는 어떨까?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품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런 메시지를 북한도 알 수 있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영식 운영위원장은 “취임 전이라도, 적어도 2월 중에는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재개를 천명”하는 것이 새 정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이하 김) 이명박 정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난 5년 이 정부의 대북지원정책을 평가해달라.

강영식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이하 강)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대북지원이 거의 중단됐다.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도 할 얘기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등 상당 부분이 북에 원인이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명박 정부의 인도주의는 인도주의가 아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치·외교·안보 정책의 하위수단이었으며,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 사용하는 대북제재 수단이었을 뿐이다.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같은 순기능은 전혀 없었다. 인도주의 원칙이 실종된 정책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의 인수위가 발표됐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가 대북지원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에서 인수위 쪽에 ‘남북관계에 대한 사회협약’을 제출할 예정이다. 현재 대북지원단체와 여성계를 포함한 시민단체, 보건의료계 등이 참여해 500여명이 주요 인사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사회협약’의 주된 내용은 세가지다. 첫째,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지원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정부차원의 지원도 인도적 지원의 경우 적어도 매해 일정량의 지원을 약속하는 안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합의를 만들기 위해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에 관한 원칙, 투명성 향상 방안, 효율적 지원 방안 등을 만들어 국민들의 동의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이 사회협약은 1월16일 북민협 상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한 뒤 인수위에 공식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이렇게 대북지원단체뿐 아니라 각계 시민단체들이 ‘남북관계에 대한 사회협약’을 인수위에 제출하려는 근본 취지는 무엇인가?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관계가 회복되고 남북이 모두 선순환하는 구조로 가려면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남북 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사실 남북 간에 신뢰가 구축되지 않으면 정치·군사 문제를 풀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 때 중단된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고 정상화하는 것은 상호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도 이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생각한다. 인도적 지원은 북도 받기 쉬운 분야다.

 그런데 대북지원은 시기가 중요하다. 가령 농업개발이나 산림녹화를 보면 3~4월이 지나 결정이 되면 올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왜냐하면 봄철이 지나면 사업을 못하는데, 북과도 한두달 정도는 협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재개를 결정하면 늦는다. 따라서 2013년 남북협력기금 중 200억원에 이르는 ‘민간단체를 통한 지원금’ 관련 기금지원 공모를 적어도 2월 중에는 시작해야 올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된다.

“만일 인수위가 2월 중
대북지원 전향적 조처 못하면
첫 단추 잘못 끼우는 것
남북관계 1년 넘게 허송할 수 있어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가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이 대북 농업지원이라고 밝혔는데, 대북 농업지원이 남북 간에 어떤 역할을 해왔으며 지금은 어떤 상태인가?

인도적 대북지원은 북한을 변화시키는 촉매 구실도 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농업용 못자리용 비닐 지원사업이다. 노무현 정부 때 대규모로 지원된 못자리용 비닐은 북한의 농법조차 바꾸어놓았다. 못자리용 비닐은 벼를 못자리용 비닐 아래에서 일정 정도 키운 뒤 이를 논에 이앙하는 방식이다. 애초 북한은 못자리용 비닐이 없어 이런 이앙법을 사용할 수 없었으나, 이 방식을 사용한 뒤 벼의 성장률이 높아진 것을 경험하면서 농법 자체를 바꿨다. 이는 단순한 식량지원을 넘어, 북이 스스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방식을 전수하는 것이다. 1억원어치 자재를 보냄으로써 4억~5억원어치의 쌀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못자리용 비닐을 보내지 못해 북한에서는 농사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제 이것을 예전처럼 되돌려나가야 한다. 더욱이 모내기철 등을 고려할 때,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농업분야가 빨리 지원결정을 내려야 올해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영유아 지원사업 등은 일부 지속돼오지 않았나?

지원정책이 일관성을 갖지 못하고 남북관계에 따라 편의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영유아 지원사업의 경우도 북한에서 그 의미를 오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대표적으로 4년 전 북한 영유아에 대한 대규모 정책지원사업을 마련했는데,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 악화를 이유로 중단시켰다. 대규모 영유아 지원사업은 북한이 굉장히 어렵게 받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그 뒤 다른 대북지원사업은 막은 상태에서 다시 영유아 부문을 지원하겠다고 하니까, 북에서는 진실성을 의심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인도적 대북지원사업은 무엇보다도 지속적과 안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북한에서도 올해 남북관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에서 북민협에 보내온 신년 축하편지를 보면, 남북 협력사업을 민족의 공동 부를 쌓는 일로 본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까지는 우리가 먼저 신년 편지를 보내면 북쪽에서 답장 형식으로 보내오곤 했는데, 올해는 먼저 보내왔다. 굉장히 실용적인 태도다. 이런 점들이 최근 몇 년 전과는 달라진 것이다. 올해는 잘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인수위에서 대북지원에 대한 전향적 조처를 발표하지 못한다면 어떨 것 같은가?

만일 인수위가 2월 중 그런 결정을 못 내린다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풀어가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구상이 처음부터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 취임 이후 정책을 정한다면, 이미 농업지원을 비롯한 많은 사업들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남북관계에서 1년 넘게 허송세월할 수 있다. 1년이 늦어진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가 그 진정성을 의심받는다는 것이다. 북한에 확고한 대북 화해 메시지를 보낸다는 측면에서도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사업이 빨리 결정돼야 한다. 물론 인수위가 2월 중 전향적인 대북 지원정책을 발표하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와 협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도 이에 동의하는 것이 이 정부의 마지막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승적으로 생각해나가야 한다.

발 빠른 민간단체 대북지원 재개 조처로 남북한의 신뢰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다음으로 쌀 지원 등으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쌀 지원 문제는 인도지원의 상징이다. 그러나 쌀 지원의 시기에 대해서는 국민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쌀은 워낙 상징성이 커서, 이산가족 상봉 등 다른 정치적 문제들과도 연계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쌀 지원 문제는 대북지원 재개를 통해 남북 간에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진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중단된 ‘북 어린이 지원사업’

황해도 남포 ‘소아병원’ 기자재 크게 부족
평양 빵공장·공책종이공장 사업도 묶여

대북지원단체들은 농업 분야와 함께 가장 우선적으로 지원이 재개돼야 할 분야로 북한 어린이 지원 사업을 꼽았다. 북한 어린이들을 돕는 사업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함에도 상당수 사업이 정부의 각종 제한조처에 함께 묶여 지난 5년 동안 중지됐거나 크게 후퇴해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린이어깨동무(이사장 권근술) 최혜경 사무국장은 황해도 남포에 짓다 만 ‘남포 소아병원’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편치 않다. 북한 당국을 겨우 설득해 남포에 어린이를 위한 병원을 짓기로 했는데, 이명박 정부의 금지 정책으로 사업 진행 1년도 안 된 2008년 손을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북한이 어찌어찌해서 건물은 완공해놓았는데, 위생상태나 기자재 등이 병원의 기능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최 사무국장은 “하나의 병원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건물을 완공한 뒤에도 2~3년간 기자재 공급을 계속하면서 보완해야 하는데, 건물도 채 완공되기 전 사업이 중단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어린이어깨동무는 이밖에 평양의학대학병원 앞에 지어진 어깨동무 소아병동에 공급하기로 한 수액제 생산시설도 조속히 북한에 들어가야 할 기자재로 꼽았다. 최 사무국장은 어깨동무 소아병동에 아픈 아이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수액제 생산시설을 남쪽에서 공급하고 지속적인 생산은 북쪽이 책임지기로 합의한 상태였다고 밝힌다. 하지만 이것 역시 평양시에서의 영유아 사업은 금지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에 묶여 시설을 들여보내지 못했다.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이사장 최병모) 또한 사업지역이 평양이라는 이유로 북녘 어린이 빵공장 사업을 중단해야 했다. 겨레하나 김이경 사무총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처음 한두해 동안은 지원물자가 가는 데 어려움이 없었으나, 2010년 5·24 조처 이후에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힌다.

북한 어린이에 대한 교육사업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북한 어린이들의 공책 제작에 들어가는 종이 제작 설비 지원 사업을 벌이던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사장 임동원) 역시 몇 년째 핵심 기자재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은 노무현 정권 때 북한 어린이 공책을 만들 수 있는 ‘평양 어린이 공책공장’을 완공한 뒤, 공책용 종이가 부족하다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재생종이를 생산하는 ‘장진종이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나 장비 반출이 안 돼 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어린이 지원 사업 못지않은 ‘미래 사업’인 북한 산림녹화 사업 또한 찬 서리를 맞은 상태다. 북한 산림녹화 사업인 ‘겨레의 숲’ 사업을 주도하는 남쪽 민화협 이운식 사무처장은 “북한 산림녹화에 필요한 양묘장 사업, 병해충 방제 사업, 조림사업을 북과 함께 진행했으나 2010년 5·24 조처로 모든 것을 중단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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