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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북한 연구 모델 ‘패러다임 전환’ 있어야”

등록 2012-12-11 19:38수정 2012-12-12 09:59

송정호 우석대 교수(왼쪽부터)와 전영선 건국대 교수, 홍민 동국대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북한학의 발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송정호 우석대 교수(왼쪽부터)와 전영선 건국대 교수, 홍민 동국대 교수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북한학의 발전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북한연구학회’ 이사 좌담
‘상상할 수 있는 만큼만 실천할 수 있다’는 말은 북한 관련 정책에서도 진리다. 정부의 대북 정책도 큰 틀에서 볼 때, 북한학 연구가 넓힌 지평만큼 진전되기 때문이다. 북한 연구가 반공이라는 틀에 갇힌 북한 모습을 깰 때, 남북관계도 비로소 화해 쪽으로 한걸음 옮길 수 있었던 것이 대표적 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북한 연구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북한의 호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기존 이론틀을 뛰어넘어야,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바람직한 남북관계 정책을 펼 토대가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5년은 현실의 남북관계를 경색시켰을 뿐만 아니라, 북한학의 토대마저 위축시켰다. 이렇게 북한 연구 현실이 열악해지면서 많은 북한 연구자들이 북한 연구를 그만두는 ‘학문적 대량 탈북’ 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북한 연구자들을 망라하고 있는 북한연구학회(회장 고유환 동국대 교수)의 40대 핵심 이사 3명의 좌담을 통해 ‘북한학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알아봤다. 또 한겨레평화연구소가 후원한 북한연구학회의 2012 겨울철 학술대회(12월7일 개최)에서 논의된 주제 중 ‘5·24 조처가 북-중 경협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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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와 곳: 12월 10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

· 사회: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좌담 참석자: 송정호 총무이사(우석대 교수,정치학), 전영선 연구이사(건국대 통일인문연구단 HK연구교소, 문학), 홍민 총무이사(동국대 북한연구소 연구교수, 정치학)


‘북한학 현재와 미래’

사회 세 분 모두 20여년 동안 북한 연구를 해오셨다. 그런데 최근 북-중 관계를 포함해 북한에서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북한 연구에서도 이런 변화 등을 제대로 설명하려는 노력들이 나와야 할 것 같다.

홍민(이하 홍) 북한 연구에서 패러다임 전환이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북한연구자들이 수령제, 선군모델, 유일체제, 신정체제, 조합주의, 술탄체제 등 많은 이론틀로 북한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한반도 상황에서 볼 때, 이런 이론들은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 프레임들은 무엇보다 호전성, 약탈성을 지나치게 반복 재생산하고 있다. 북한도 한 국가라 할 때, 하나의 국가가 어떻게 호전성과 약탈성만으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 호전성, 약탈성 이외의 북한을 이루는 복합적인 정체성을 파악해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북한의 동태적인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송정호 우석대 교수
“북한에서도 느리지만
국가권력 중심 사회통합능력이
약화되는 변화 일어날 것”

송정호(이하 송) 북한도 변해가고 있다는 것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인류는 현재 세계화, 정보화, 민주화라는 거대 트렌드 속에 있다. 이에 따라 거대 권력인 국가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고 기업과 가정도 변화하고 있다. 북한에서도 느리지만 국가권력 중심의 사회통합능력이 약화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 정치, 외교, 군사, 대외관계 등 정치 연구의 과잉과 북한 내부 변화 연구의 부족이라는 북한 연구 분야의 불균형도 해소돼야 할 점이다.

전영선(이하 전) 현재 시기가 ‘분단 2기’라는 점도 북한 연구에서 변화가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분단 2기’는 통일에 대해 설득할 필요가 없었던, 이른바 386세대까지의 ‘분단 1기’와 구별되는 개념이다. 지금은 통일에 대해 고민하고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통일이 선택인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 통일에 대한 개념부터 재정립해야 한다. 통일을 분단이 끝나는 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고 정의할 수도 있다. 앞으로 남북한의 관계가 다양한 틀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남북 공존상태에서 ‘통일 요소’들을 규정하고 이것의 충족 또는 결핍을 통해 통일을 판단하는 것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전영선 건국대 교수
“MB정부 들어 북한학과 줄어
북한학 전공자에 대한
사회적 조건 너무 안 좋아져”

사회 남북관계가 대립적이거나 제한적인 교류를 할 때는 정치를 중심으로 한 기존 패러다임들이 유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음 정부 이후 남북이 교류의 폭을 더 넓히려면 북한에 대한 이해의 폭도 함께 넓어져야 한다는 의견들에 동의한다.

기존의 모델들도 중요한 성과다. 감사히 수용하고 그것을 토대로 북한학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북한 연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권력엘리트 중심의 분석패러다임을 넘어서서, 북한 사회의 다른 여러 부분이 함께 얽히고설켜 돌아가는 모습들을 모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가와 주민들이 약탈성이라는 측면 외에 다른 층위들과 다양하게 결합돼 있는 것을 파악해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 연구에서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개념의 다양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또 북한 연구가 북한을 낙인찍기보다는 개선 방향을 모색해나가는 쪽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 가령 지금까지는 북한 인권을 다룰 때도 북한이 인권침해국이라는 것을 지적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인권을 개선할 수 있을까가 중심이 돼야 한다. 북한 연구는 어떤 연구보다 현실 정책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연구자의 책임감 또한 그만큼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다양하게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북한학에 대한 진화 없이 대북정책의 진화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북한 사회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법론을 통해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북한 사회를 ‘수령이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회’라고 설명하는 제 최근 이론도 그런 다양한 시도 중 하나다. 결핍에 대항해 구원을 찾아주는 존재로서 수령을 고급 브랜드화하고, 주민들은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회로 북한을 바라보는 것이다.

홍민 동국대 교수
“북한도 한 국가라 할 때
어떻게 호전성·약탈성만으로
운영될 수 있겠는가”

북한 연구를 다양한 연구 영역들과 결합하는 거버넌스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가령 북한·통일 문제를 일상적 삶의 수많은 이슈와 결합시켜 공공성을 재구성하고 북한·통일 문제에 대한 무관심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북한 연구 또한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북한연구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북한 연구를 포기하는 것을 ‘학문적 탈북’이라고 부른다. 문학에서도 2000년대 중반 학문적 대량 탈북 사태가 일어났다. 무엇보다 일자리 문제와 연계돼 있었다. 이에 따라 연구자 한 사람이 다양한 영역을 맡아야 했고, 심도 깊은 자료 생성이 어려워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 특히 학부의 북한학과가 2개로 줄어들었다. 북한학 전공자에 대한 사회적 조건이 너무 안 좋아졌다. 하나 더 예를 들면, 한국연구재단에서 북한 문학 연구는 기타 어문학 연구로 분류된다. 영어, 프랑스어 등 주요 어문학도 아니고, 스와힐리 등 기타 어문학과 동급으로 분류해 홀대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 그렇다면 다음 정부에서 북한학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북한학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진다고 생각한다. 남북한이 단일체제든 연방체제든 통합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거대한 전환의 시기이다. 이런 거대한 전환에 대해 학문적으로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큰 문제다. 다양하고 많은 사람이 고민해야 더 좋은 미래가 온다.

북한 연구는 이제 국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북한 연구는 한민족의 미래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공공성을 지닌 학문이다. 따라서 국가가 책임성을 가지고 더욱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가령 국가교수제 등이 한 방안일 수 있다. 특정한 학교나 학과가 북한학 전문가를 채용하기 어렵다면, 국가에서 채용해 여러 대학에서 교양강의를 하게 하는 것이다. 또 한국연구재단에서도 기존의 브레인코리아(BK), 인문학코리아(HK) 사업 외에, 북한 연구 영역에 대한 지원을 통일코리아(UK) 등으로 특화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분단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오해도 많은 현상이다. 가령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한반도를 중동보다 더한 화약고로 여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다음 정부는 한반도의 상황을 세계에 잘 알리는 데 유용한 북한학의 발전을 위해 더욱 신경을 썼으면 한다.

정부가 북한학을 세계화하는 데 대한 지원책으로서 북한연구자들이 연구한 성과에 대해 영어 번역 등을 지원함으로써 외국인들이 우리의 북한 연구를 공유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MB정부 2010년 5·24조처 영향
남북경협→북중경협으로 흡수

북한연구학회 학술대회/ 북중경협 확대

북한 대중무역 비중
1년새 56.9%→70.0%

“5·24조처가 북-중 경협 확대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열린 북한연구학회 ‘2012 겨울철학술회의’에서 이영훈 에스케이(SK)경영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강조한 내용이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2010년 발표한 5·24조처가 북-중 경협 확대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해온 것과 다른 결론이다.

이 연구위원은 특히 5·24조처로 남북경협에서 사라진 위탁가공교역(2009년 기준 2억5000만달러)과 일반교역(같은 해 2억6000만달러)이 북-중 경협으로 흡수됐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 연구위원은 위탁가공교역이 북-중 경협으로 흡수된 것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2011년 대중국 10대 수출 품목 가운데 섬유, 의류 품목이 절반을 차지하고 증가율 또한 높아졌다는 게 그 근거다. 남한 중소기업들이 북한에 투자한 임가공 설비가 오랜 시간 놀게 되자, 북한 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대중 무역에 적극 나섰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사라진 남북 일반교역의 경우도 북-중 경협 속에 포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반교역은 수산물, 광산물, 철강제품 등을 가리키는데, 그동안 정부는 대남수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조개류, 새우류, 연체류 등 수산물이 북-중 경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미미하다는 점을 들어, 남북간 일반교역이 북-중 경협으로 전환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중국인 대북 무역업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들 해산물이 공해상에서 중국 상인에게 넘어간 뒤, 바로 중국산으로 둔갑해 남한 시장에 유입된다”고 주장했다. 남북간 일반교역품들도 대부분 북-중 경협에 흡수됐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5·24조처가 취해진 2010년 56.9%였던 북한의 대중 무역 비중이 2011년에는 70.0%로 크게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북-중 경협이 2012년 7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방북 이후 빠르게 제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 중국은 2014년 개통 예정인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이 연구위원은 전했다. 이 연구위원은 191m에 이르는 신압록강대교의 주탑 높이가 북-중 경협에 대해 양국이 거는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는 주탑이 88m인 올림픽대교는 물론이고, 107m인 영종대교보다 높은 규모다.

이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다음 정부 들어서 남북경협 재개를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에 대한 관계 개선 첫번째 시그널로 5·24조처가 폐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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