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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김정은 체제 연착륙 위해 ‘유훈통치’ 공식화

등록 2011-12-22 20:35수정 2011-12-22 21:58

로동신문 통해 본 북의 구상
선군정치·강성대국 유지…변화보다 안정 절박
신의주 황금평 개발 등 북·중 경협 확대 시사
북이 22일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을 통해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주체혁명 위업의 위대한 계승자’,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로 명시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을 언급해 ‘유훈통치’를 시사했다.

이 신문은 이날치 1면 전체를 할애해 ‘위대한 김정일 동지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심장 속에 영생하실 것이다’라는 사설을 실어,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지켜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야 한다”며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두리(주변)에 단결하고 단결하고 또 단결하며 그이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유훈통치는 보통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뒤 98년 9월 헌법 개정 때까지 구체적인 제도나 체제 정비 없이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을 통치하던 시기를 이른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 주석의 사망과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유훈통치로 극복해 나간 바 있다.

<로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유훈 계승을 위해 이른바 ‘백두 혈통’을 굳건히 고수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성 주석-김정일 위원장-김정은 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사상과 영도의 유일성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정권의 생존과 안정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읽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실적으로 북을 대표하고 지도할 수 있는 인물은 이른바 ‘백두 혈통’ 외에는 없다”며 “권력기관들 사이에 분할통치와 견제가 이뤄지는 북에서 다른 인물이 최고권력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유훈으로 선군영도도 강조됐다. 이 신문은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총대 중시, 군사 중시의 기풍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이 원래 김 주석의 빨치산 부대원들을 중심으로 수립된 정권이라는 점, 또 김정일 위원장 시대에 군부와 협력하는 ‘선군정치’를 내세웠다는 점, 북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은 또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을 유훈의 내용으로 제시했다. 앞으로도 나진·선봉 지역과 신의주 황금평 개발 등 북-중 경제협력이 중단없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최근 식량지원과 비핵화 사전조처를 맞바꾸는 북-미 대화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김정일 위원장이 인민들에게 굳게 약속해온 것이 인민생활의 향상이며, 이것이 정권의 안정에도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도 김 위원장의 유훈으로 언급됐다. 사설은 조국통일의 원칙으로 ‘조국통일 3대 헌장’과 두 번의 정상회담 등에 따른 ‘북남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에서 김 부위원장의 유훈통치는 4년이나 지속된 94년과는 달리 비교적 짧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김정은 부위원장은 아버지와 달리 빠르게 최고사령관이나 중앙군사위원장, 총비서 등 주요 직책을 승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교수도 “김 위원장과 달리 김정은 부위원장은 아직 승계 과정에 있기 때문에 유훈통치는 1년 정도 만에 끝내고 자기 통치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규원 권혁철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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