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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정부 “북쪽이 확실히 신호 보냈다” 반색

등록 2009-08-17 19:55수정 2009-08-17 23:31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17일 오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평양 방문을 마치고 귀환한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이 17일 오후 경기 파주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남북 경색 풀 ‘입구’ 구실 전례
“최우선 노력하겠다” 공식 화답
관계복원 ‘징검다리’ 될지 주목
추석 이산가족 상봉

북쪽과 현대그룹의 17일 이산가족 상봉 합의 발표는 형식은 ‘공동보도문’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현대그룹을 매개로 한 북쪽의 남쪽에 대한 공식 제안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남쪽 정부도 북쪽과 현대그룹의 공동보도문이 나온 17일 오후 “추석 전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도록 최우선적으로 노력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통해 화답했다. 이 정도 속도라면 실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싹트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산가족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아픈 고리였다. 북쪽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 강경 정책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 문제 협의를 회피했고, 남쪽 정부도 적극적인 재개 노력을 펴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명박 정부 들어 한 번도 이산가족 상봉이 성사되지 않았다. 북녘의 가족 상봉을 바라는 이른바 ‘1000만 이산가족’의 원망은 높아만 갔다.

북한-현대그룹 5개 합의 사항
북한-현대그룹 5개 합의 사항

이 때문에 남쪽에선 이명박 정부가 ‘냉전 이데올로기’에 빠져 가장 기본적인 인도주의적 문제, 혈육의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실제 대한적십자사(한적)의 자료를 보면, 2008년 말까지 한적에 상봉을 신청한 이산가족은 12만7323명에 이르고, 이 가운데 70살 이상 고령자가 74%를 넘는다. 해마다 3000~4000명 정도의 이산가족이 세상을 뜨고 있다고 한다. 이런 부담감을 안고 있던 터에 북쪽이 이산가족 행사를 제안했으니 남쪽 정부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주의적 문제이자 역사적으로 남북(당국)관계를 푸는 ‘입구’ 구실을 해 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남북 당국의 대응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가 막혀 있을 때마다 남북 당국은 적십자사를 내세워 이산가족 문제를 협의하며 정치적인 문제에 관한 서로의 속내를 타진했다. 이는 많은 경우 당국간 대화로 이어졌다.

이 점에서 북쪽의 이번 이산가족 상봉 합의 발표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생각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현대와의 합의라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메시지”라며 “특히 합의문을 언론보도 형태로 공개함으로써 북쪽이 신호를 확실히 보냈다”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양쪽은 적십자 창구를 통한 실무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상봉 시기와 상봉 인원수 등이 세세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각 100명)·생사확인·서신교환 등 기존 방식보다, ‘상호 고향 방문’과 대규모 상봉 등을 선호하고 있어 남북 적십자 간 실무협의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을 수도 있다. 북쪽이 ‘상호 고향 방문’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 협의 과정에서 적십자 회담을 당국간 회담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남북 당국간 시각차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북쪽은 남쪽 당국이 6·15 공동선언이나 10·4 정상선언에 대해 지지·이행 뜻을 밝히지 않았다며 당국간 회담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남쪽은 “적십자 회담도 당국간 회담”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적십자 회담은 양쪽이 서로 편리하게 해석하는 방향으로 봉합할 수 있지만,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를 협의할 당국간 회담은 6·15와 10·4 선언에 대한 남북의 절충이 쉽지 않다. 이산가족 상봉 성사가 곧바로 남북 당국 관계 복원의 징검돌로 작용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용인 황준범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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