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린 17일 경기도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들판에서 주민들이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파주/AP 연합
[숨통 튼 남북관계] 북 전략구도 뭔가
남북관계 경색 부담덜기 전략적 판단
이명박정부 대북강경정책 전환 압박
남북관계 경색 부담덜기 전략적 판단
이명박정부 대북강경정책 전환 압박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와 현대그룹이 17일 발표한 ‘공동보도문’을 보면 애초 예상보다 다소 파격적이다. 북쪽이 남북관계를 적어도 ‘관리 기조’로는 끌고 가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배경에 북-미 관계의 변화 조짐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4월5일)와 제2차 핵실험(5월25일), 이에 대응한 국제사회의 제재 등으로 한반도 정세는 긴장지수가 치솟았다. 이러한 국제 정세와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가 맞물려 남북관계는 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 4~5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전후로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모색하기 시작하며 북한의 강경 드라이브가 조금씩 바뀌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면담에서 북-미 간 현안들에 대한 ‘대화 해결’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오며 갈등으로 치닫던 북-미 관계는 반환점을 돌기 시작했다. 미국도 제재 중단 조건과 관련해 “대화에 참여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 있으면 된다”며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미가 대화를 위한 환경 조성 국면에 있는 것이다.
북쪽 아태위와 현대그룹의 ‘공동보도문’은 이런 한반도 정세의 흐름 속에서 나왔다. 북쪽 처지에서 볼 때 통행제한 조처 철회와 이산가족 상봉 등 남쪽의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현정은 회장의 청원을 모두 풀어줬다’며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을 부각시킴으로써, 공동보도문의 무게감을 강조했다. 한 외교전문가는 “‘남북관계를 최소한 이 정도 수준으로는 유지하겠다’는 강한 뜻이 담겨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이런 정책 전환 배경에는 북-미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부담이 되는 것은 피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도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에서 관리돼야 북-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면담 때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한 대목은 상징성이 있다. 북쪽이 관리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과 전면적 남북 관계 정상화라는 큰 틀의 국면 전환을 다시 한 번 시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더 충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직은 반죽 과정에 있는 북-미 간 탐색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본격 진입한 뒤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는 북쪽은 물론, 남쪽 당국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남쪽 당국이 현재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한 명시적인 전환 의사를 표시하며 북쪽 아태위와 현대그룹의 공동보도문보다 한발짝 더 나가는 적극적인 관계 개선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6·15 공동선언이나 10·4 정상선언에 대한 지지와 이행을 밝히는 게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런 시나리오는 결국 특사 파견이나 물밑 접촉 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남쪽 당국의 기조로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내다봤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북한의 이런 정책 전환 배경에는 북-미 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부담이 되는 것은 피하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도 남북관계가 일정 수준에서 관리돼야 북-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면담 때 대남정책을 담당하는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배석한 대목은 상징성이 있다. 북쪽이 관리 수준을 넘어 본격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과 전면적 남북 관계 정상화라는 큰 틀의 국면 전환을 다시 한 번 시도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더 충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직은 반죽 과정에 있는 북-미 간 탐색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본격 진입한 뒤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는 북쪽은 물론, 남쪽 당국도 적극적인 자세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둘째로 남쪽 당국이 현재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한 명시적인 전환 의사를 표시하며 북쪽 아태위와 현대그룹의 공동보도문보다 한발짝 더 나가는 적극적인 관계 개선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 6·15 공동선언이나 10·4 정상선언에 대한 지지와 이행을 밝히는 게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이런 시나리오는 결국 특사 파견이나 물밑 접촉 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남쪽 당국의 기조로 볼 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내다봤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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