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1호인 ‘만리경 1호’의 3차 발사가 21일 밤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22일 새벽 밝혔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 실패 이후 89일 만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2016년 5월 조선노동당 7차 당대회에서 ‘우주강국’ 건설을 선포한 지 7년 만에 거둔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북한이 내부 결속과 외부 선전에 대대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케트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하여 발사후 705초 만인 22시54분13초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설명했다. 정찰위성을 발사한 지 3시간여 만에 노동신문에 관련 기사와 사진을 실어 ‘발사 성공’을 과시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앞으로 빠른 기간 안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하여 남조선 지역과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계속 확보해 나갈 계획을 당중앙위 제8기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연말에 열릴 예정인 조선노동당 중앙위 8기 9차 회의를 거쳐, 이르면 2024년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상황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군사정찰위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성공을 채근해온 김정은 총비서는 3차 발사 현장을 참관한 뒤, 이날 오전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찾아 항공우주촬영 상황을 점검했다. 조선중앙통신(중통)은 김 총비서가 “22일 오전 9시21분에 수신한 태평양 지역 괌 상공 앤더슨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 군사기지 구역을 촬영한 항공우주사진을 보셨다”고 보도했다. 또,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관제소를 찾은 김 위원장한테 “‘만리경-1’호가 7~10일간의 세밀조종 공정을 마친 후 12월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보고드렸다”고 전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대로 원하는 지역과 장소를 타겟해(지정해) 사진을 전송받고 정보로 활용되고 있느냐는 아직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이 이번 발사에서 기술적으로 이루고자 했던 핵심 목적은 한반도와 괌, 미국 본토 등 북한이 전략적 관심지역으로 여기는 지역의 정찰능력 강화에 있다. 실제로 군사정찰위성이 제 몫을 해내려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이날 북한이 ‘괌 상공 항공우주사진’을 수신해 김 총비서에게 보고했다는 내용 등을 즉각 알린 것은 군사정찰위성 발사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성공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연말 노동당 전원회의를 앞두고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김 총비서의 치적으로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북한이 한국의 정찰위성 발사 계획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 최초 독자 정찰위성을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재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엑스(X)의 팰컨9에 실어 쏘아 올릴 예정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오는 30일 미국을 통한 우리의 위성 발사가 만약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미의 대북억제력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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