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 실패 이후 89일 만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서로를 “적”과 “괴뢰”라 부르며 대치하던 남과 북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와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 1조 3항(군사분계선 일대 공중정찰 금지) 효력정지 조처로 충돌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에 나섰고, 북한은 심야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으로 불린 9·19 군사합의가 5년 만에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지난 4월7일 이후 직통 연락선마저 끊겨 위기관리 수단이 사라진 남과 북의 나빠진 관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말의 전쟁’을 넘어 군사분계선 일대 우발적 군사충돌로까지 번질 위험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빨려들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5월31일 1차, 8월24일 2차 발사에 실패한 뒤 89일 만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3차 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만리경-1호가 7~10일간의 세밀 조정 공정을 마친 후 12월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저녁 “북한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한 걸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정찰위성 정상 작동 여부와 별개로, 발사에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러 정상회담(9월13일) 등을 보면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빠른 기간 안에 수개의 정찰위성을 추가 발사해 남조선지역과 공화국 무력의 작전상 관심지역에 대한 정찰능력을 계속 확보해나갈 계획을 당중앙위 제8기 9차 전원회의에 제출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연말로 예상되는 노동당 전원회의의 승인을 받아 이르면 2024년 군사정찰위성 추가 발사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1일 22시42분28초에 평북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해,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22일 보도했다. 지난 8월24일 2차 발사 실패 이후 89일 만이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3차 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 1874호(2009년 6월12일) 위반이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공화국의 합법적 권리”라며 “공화국 무력의 전쟁준비태세를 확고히 제고하는 데 커다란 기여로 될 것”이라고 자평했다.
정부는 예고한 대로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로 맞대응했다. 국방부는 “오늘(22일) 오후 3시부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을 효력정지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효력정지된 1조 3항은 군사분계선 남북으로 20㎞(서부지역)~40㎞(동부지역) 공역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하는 내용이다. 남북 당국 간 첫 문서 합의인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공식 정지시킨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
정부는 이날 아침 8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9·19 군사합의 1조 3항 효력정지를 의결했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안”을 즉시 재가했다. 한 총리는 북쪽의 군사위성 발사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직접적인 도발”이라며, 9·19 군사합의 1조 3항 효력정지는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고 밝혔다.
영국을 국빈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런던의 한 호텔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직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효력정지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라고 추상적으로 규정했다.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기간을 정하여” 정지하도록 명시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23조 2항에 비춰 적절성 논란이 일 수 있다.
더욱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아직 유효한 9·19 군사합의 여타 조항에 대한 추가 조치는 북한의 향후 행동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북쪽이) 추가 도발하면 추가 조처한다”고 밝혔다. 북쪽의 추가 군사행동이 있으면 지상·해상 적대행위 중단 등 9·19 군사합의의 다른 조항도 효력정지를 할 계획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대응을 두곤 “자해에 가까운 동문서답식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계기에 이뤄진 9·19 군사합의는 군사분계선 일대의 우발적 재래식 군사 충돌을 예방하려 육·해·공 3면에 군사활동 금지 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개발 및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의 효력을 정지한 이날 밤 평안남도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은 “북한이 ‘미상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고도·거리 등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짧은 시간에 미사일이 추락했다는 뜻이지만, 북한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는 핵문제 해법과 별개로 접경지역 국민의 일상을 지키려는 초보적 수준의 재래식 군비통제로, 책임 있는 정부라면 절대로 먼저 파기해서는 안 되는 평화의 안전판”이라며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는 서쪽에서 뺨 맞고 동쪽에 화풀이하는 식의 무책임하고 엉뚱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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