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앞줄 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앞줄 왼쪽)이 지난 9월13일(현지시각) 러시아 극동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두고 군당국은 “궤도에 진입했다”면서도 “정상 작동 여부 판단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2차 발사 실패 이후 석달이 지나 군사정찰위성을 쏘아 올린 데는 러시아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신문은 이날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하여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면서도, 위성이 진입한 궤도의 경사각도 등 구체적 특성은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목표한 궤도는 500㎞ 상공의 저궤도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는 22일 “위성체는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정상 작동 여부 판단은 유관기관 및 한·미 공조하에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도 “북한은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성공 여부는 위성이 궤도를 몇 번 돌아봐야 제대로 진입해 돌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 두 차례 실패 때와 달리 이번 군사정찰위성이 발사체 단 분리에 성공한 뒤 목표 궤도에 들어간 것은 성과라고 평가한다. 5월31일 1차 발사 당시엔 1단 추진체(로켓)가 분리된 뒤 2단 추진체의 엔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서해상으로 추락했다. 8월 2차 발사에선 1·2·3단 추진체가 모두 정상 작동했지만, 위성이 예상 비행궤적에서 벗어나 비상폭발장치가 작동하며 실패했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은 이미 2012년, 2016년에도 동창리에서 직선상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바 있다. 올해 쏜 위성들은 중국으로 가다가 급선회하는 경로를 취했는데, 점차 기술을 보완해 목표 궤도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변화엔 러시아의 지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있었던 북-러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 등을 수출하는 대신 군사정찰위성 발사 관련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1차 발사 때 작동하지 않은 2단 엔진의 연소 불안성이나 신뢰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며 “러시아가 기술 자문에 응한 건지, 부품을 지원했는지, 엔진을 통째로 줬는지 여러 면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날 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북-러 정상회담 뒤 러시아 기술진이 (북한에) 들어온 정황이 있다”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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