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연합뉴스
육군사관학교(육사)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사 밖으로 옮기고, 다른 독립전쟁 영웅들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다른 장소로 옮긴다고 31일 밝혔다. 공산주의 경력을 문제 삼아 슬그머니 홍 장군 흉상만 선별 철거하는 꼼수를 낸 것이다.
육사는 이날 ‘교내 독립투사 흉상 관련 입장’을 내어 “홍범도 장군 흉상은 육사의 정체성과 독립투사로서의 예우를 동시에 고려해 육사 외 독립운동 업적을 잘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홍범도 장군 외 5위의 흉상은 육사 교정 내 적절한 장소로 이전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육사에는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등 5위의 흉상이 종합 강의동인 충무관 입구에 있고, 일제의 군대 해산령에 맞서 자결한 대한제국 군인 박승환 참령 흉상이 충무관 안에 설치돼 있다.
육사는 홍 장군 흉상을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으로 이전 전시하는 방안을 타진해왔으나, 독립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홍 장군 흉상과 중복되는 점으로 인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청천 장군 등 나머지 흉상들은 육사 내 육군박물관으로 이전될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국방부는 지난 26일 육사에서 독립전쟁 영웅 5인의 흉상 철거를 추진하는 이유로 △특정 시기에 국한된 독립군·광복군 흉상만 핵심 건물 앞에 설치돼, 위치의 적절성과 역사교육의 균형성 측면에서 문제 △일부 인사(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경력을 들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육사는 이날 홍 장군 흉상만 문제삼았다.
흉상 철거에 관한 국방부의 논리와 기준은 오락가락하고 있다. 국방부는 육사의 홍 장군 흉상은 철거하되, 국방부 청사 앞에 있는 홍 장군 흉상은 그대로 두는 쪽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국방부는 육사 홍 장군 흉상에 대해 “2018년 충분한 공감대 형성 없이 강행돼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1998년에 설치된 국방부 홍 장군 흉상은 논란이 없었다. ‘5년 전 성급하게 설치했다’는 논리를 25년 된 국방부 흉상에는 적용할 수 없게 되자, 국방부 흉상은 남기는 고육책을 검토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덕수 국무총리는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함명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홍범도함 개명 문제를 검토하고 있느냐’는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국방부에서 검토를 하리라고 생각한다. 군함에다가 전 소련 공산당 자격을 가진 사람을…, 그것은 수정을 검토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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