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3월 1일 서울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독립전쟁 영웅 5인 흉상 제막식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이념 전쟁’에 맞춰 독립운동가들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려다 역풍을 맞은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만 외부로 이전하는 ‘꼼수 출구전략’을 내놨다. 여론의 비판이 매서운 가운데, 기어이 홍범도 장군에게만은 공산당 딱지를 붙여 이념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오만하고 몰역사적인 행태다.
지난 25일 홍범도·지청천·이범석·김좌진 장군, 이회영 선생 흉상을 철거 이전하겠다고 나섰던 육사는 31일 홍범도 장군 흉상만 철거하고 나머지 흉상은 교정 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겠다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여론 반발이 강하자,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뉴라이트 세력이 아무리 역사를 조작하려 해도, 홍범도 장군이 일제 강점기 항일 무장투쟁의 가장 상징적 인물이라는 역사는 바꿀 수 없다. 홍범도 장군은 1890년대 말부터 1920년대 초반까지 조국과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싸웠고,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진보와 보수 정부가 이미 두차례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뉴라이트 세력은 홍 장군이 1921년 자유시 참변에 관여했다는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을 내세우고, 스탈린에 의해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주된 뒤 말년에 소련공산당 가입을 문제 삼아 ‘빨갱이’로 몰아가려는 치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정부와 군이 무슨 권리로 역사를 이토록 함부로 재단하는가.
‘공산전체주의’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이념전쟁’에 몰두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역사전쟁이 군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나라를 위태롭게 분열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5년 전 문재인 정부때 설치된 육사의 홍 장군 흉상은 철거하겠다면서, 1998년 국방부에 세워진 홍 장군 흉상은 그대로 두는 쪽으로 기우는 등 원칙도 없이 비웃음만 사고 있다. ‘주적관’ 운운하며 육사 생도들로부터 홍 장군을 치우려 한다. 생도들이 진정 배워야 할 것이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한 홍범도 장군의 삶이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가 뉴라이트 사관에 입각해 항일 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사를 폄하하려는 행태를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홍범도 장군이 독립운동을 하다가 고초를 당할 때 친일세력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 그 먼 이국 땅에서 모셔온 홍범도 장군에게 기어이 이런 꼴을 보이고 말았다. 평생을 조국독립 하나만을 위해 몸 바친 장군께 빚진 후손으로서 참으로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