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친북 논란이 있는 독립유공자의 공적을 다시 검증해 서훈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간 2심제였던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는 사실상 3심제로 개편한다.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짜 독립유공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건국에 공로가 뚜렷하거나, 국가의 기초를 공고히 한 공적이 있는 사람에게 건국 훈, 포장을 주는 겁니다(상훈법)”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항일운동했다고 무조건 OK가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건설이 아니라, 북한 김일성 정권 만드는데 또는 공산주의 혁명에 혈안이었거나 기여한 사람을 독립유공자로 받아들일 대한민국 국민이 누가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앞서 국가보훈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어 “친북 논란이 있음에도 독립유공자로 포상돼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 부분에 대해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적 재검토 대상에는 손혜원 전 의원의 부친 손용우씨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용우 선생은 광복 후 조선공산당에서 활동한 이력 때문에 과거 보훈심사에서 6차례 탈락했지만, 2018년 변경된 심사 기준을 적용받아 7번째 신청 만에 독립유공자로 선정됐다.
보훈부는 고 김원웅 전 광복회장의 부모인 김근수·전월순씨 사례 등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의 부친 김근수씨는 1963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데 이어 1977년에 건국포장, 1990년엔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모친인 전 씨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공적조서를 두고 일각에서 진위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보훈부는 초대 농림부 장관이이자 독립운동가였던 죽산 조봉암과 구한말 문신이자 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에 대해 서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봉암 선생의 유족들은 그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해 달라며 보훈부에 세 차례 요청했지만, 보훈처는 친일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유족의 요청을 반려해왔다. 김가진 선생의 장례는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임시정부장으로 치러졌으나 100년이 지나도록 유해는 돌아오지 못했고 서훈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한편, 보훈부는 그간 2심제였던 독립유공자 공적심사위원회를 특별분과위원회를 신설해 쟁점안건을 다루는 방식으로 사실상 3심제로 개편한다. 또한 신설되는 특별분과위원회와 본심 격인 제2공적심사위원회 당연직 위원 운영규정을 정비해 역사 전공자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법률 등의 전문가도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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