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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방·북한

“‘윤 정부, 강한 안보’ 구호도 좋지만 국민 덜 불안하게 했으면”

등록 2023-01-02 09:44수정 2023-01-02 11:46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이메일 인터뷰
우크라 전쟁을 반면교사 삼아야 희생자 늘수록 종전은 더 어려워
한반도 긴장고조 위태롭게 전개 국민들 덜 불안하게 하면 좋겠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미국과 중국의 전략 경쟁 격화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의 장기화 , 한반도 군비경쟁 격화와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의 가시화 등 2022 년 한반도와 세계 정세는 분쟁과 갈등으로 점철되었다. 그렇다면 올해 한반도와 세계는 어디로 갈까? 이 분야의 전문가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 겸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이사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문 이사장은 연말 두 차례에 걸친 전자우편 인터뷰를 통해 희망의 근거는 전쟁을 원하지 않는 시민의 힘과 행동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작년에 가장 큰 사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의 장기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쟁을 조속히 끝내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침략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받아들여 점령지로부터 부분적으로나마 철수할 때 전쟁 종결을 위한 평화 협상 시작이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러시아가 점령지 철수는 물론 크림반도 반환, 전범 처벌, 전쟁 배상금 지불 등 추가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전쟁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장기전에 따른 희생자의 증가는 종전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미국과 유엔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러시아에는 명분있는 출구를 제공하고 우크라이나에는 무기 공급 중단의 압박을 행사해서라도 휴전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는 한반도와 같은 장기 분쟁 지역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더불어 미 · 중 전략 경쟁의 향배도 관심사이다. 미 · 중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가?

“작년 11 월 14 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 · 중 정상회담은 큰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신냉전은 없을 것’이라고 천명했고 시진핑 주석은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개척하자’고 화답했다. 그러나 전망이 그리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기후변화, 전염병, 핵확산 방지 등에서는 협력, 무역과 기술 분야에서는 경쟁, 그리고 지정학과 가치 분야에서는 대결을 동시에 추구한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 남중국해, 신장 문제 등 자신의 핵심 이익을 위협하는 한 미국과의 협력이 어렵다는 자세이다. 이들 문제와 더불어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분야의 대중 규제와 2024 년 대선을 앞둔 미국 내 ‘ 중국 때리기 ’ 정서로 보아 미 · 중 관계 개선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 문제를 살펴보자.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 전략적 무시 ’ 로까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 최근 미국의 기류는 어떤가?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 제재 등 최대한의 압박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동맹강화를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타결에는 다분히 소극적이다. 특히 트럼프식의 정상외교 방식에 대해서는 지극히 부정적이다.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안보 우선순위에서 북한 문제는 크게 밀리고 있다. ‘ 전략적 무시 ’ 정책이란 말은 이런 기류에서 나온 것 같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는 대북 강경 자세를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을 비롯해 북한의 핵 고도화는 역대 최고치를 향해 가고 있는데, 미국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이 북의 핵무력 증강에 대해서까지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확장 억지력의 내실화, 한미연합훈련의 빈도와 강도 증가, 전략 무기의 수시 배치, 한미일 3 국 군사공조 강화,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의 북한 고립 압박 등 다양한 대응 전략을 펴고 있다. 여기에는 대북 억지를 넘어 대중 견제를 위한 한미동맹 결속과 한미일 군사공조 강화라는 전략적 셈법이 깔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한반도에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고 북핵 문제 해결을 더더욱 요원하게 만들 수 있다.”

—점진적인 비핵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데, 북한이 핵무력을 ‘ 국체 ’ 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에 대한 의견은?

“작년 9월8일 김정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정책 법령의 채택을 선포하며 ‘핵은 우리의 국위이고 국체이며 공화국의 절대적 힘이고 조선 인민의 크나큰 자랑’이라고 말했다. 북의 핵보유국 지위가 불가역적이라고 못 박고 과거의 반격 위주 억지 전략에 더해 핵 선제사용과 전술핵 배치를 공식화했다. 그만큼 북의 비핵화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북의 비핵화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목표다. 단박에 북핵 해결이 불가능한 만큼, ‘ 동결 , 감축 , 그리고 폐기 ’ 의 점진적 경로로 나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 과정에서 군축협상도 해야 한다. 특히 북이 원하는 적대시 정책의 해소와 비핵화를 동시 행동 원칙에 의거 점진적으로 교환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 , 남북 간의 신뢰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 미국과 같은 강한 국가의 선제적 양보가 현 교착 국면 타개에 도움이 될 것이다 .”

—국내에선 비핵화는 물 건너갔다며 한국도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 미국을 잘 설득하면 묵인해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워싱턴의 극단적 반중 세력들은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이 북핵에 인질로 잡힐 수 있으므로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자는 고립주의 시각도 있다. 일부 한국의 보수 인사들은 이스라엘처럼 로비를 통해 미국을 설득해서 독자 핵무장으로 가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워싱턴에는 아직도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비확산 세력이 압도적이다. 핵무장한 한국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미국의 인식 또한 팽배하다. 게다가 이스라엘은 오랜 기간을 두고 비밀리에 핵 개발을 했고 지금도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우리처럼 명시적으로 핵 개발을 들고나오는데 미국에서 이를 지지할 리 만무하다. 우리에게는 이스라엘과 같은 막강한 로비력도 없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핵무장을 허용하여 동북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하면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약화될 터인데 미국이 이를 용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평화에 대한 희망이 위축되고 있는데 , 희망의 근거를 어디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일단 전쟁이 시작되어 희생자가 많아지면 전쟁을 중단하기 어렵다 . 전쟁과 죽음의 늪에 빠져드는 것이고 , 희생자는 무고한 시민이다 . 시민들이 나서서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 . 시민 스스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평화의 선봉에 설 때 우리는 희망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끝으로 윤석열 정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강한 안보 ’ 라는 구호도 좋지만 , 국민을 덜 불안하게 했으면 좋겠다. 북한과의 긴장 고조, 중국 · 러시아와의 불편한 관계, 일본의 공세적 행보 등 우리의 안보 환경이 위태롭게 전개되고 있다. 지정학적 흐름을 잘 판단하여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으면 한다. 가치 외교도 좋지만, 국익이라는 실리도 잘 챙겼으면 한다. 그리고 편 가름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구하는 대승적인 외교 · 안보 정책을 폈으면 좋겠다. 정권은 유한하고 국민은 영원한 것 아닌가.”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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