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콘월 뉴키 공항에서 출발에 앞서 환송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면서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총리와 회담을 하지 못해 아쉽다는 글을 남겼다.
문 대통령은 14일 새벽 에스엔에스(SNS)에 ‘콘월, G7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기간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을 돌아본 뒤 “스가 총리와의 첫 대면은 한일관계에서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지만, 회담으로 이어지지 못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2일 영국 콘월 카비스베이 회의장에서 두 정상이 만나 “서로 반갑다고 인사를 건넸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회의 기간 영국·독일·프랑스 등과 정상회의를 했지만 스가 총리와 회담은 끝내 불발되었다.
이와함께 문 대통령은 이번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두 가지 역사적 사건이 마음 속에 맴돌았다고 했다. 1907년 헤이그에서 열렸던 만국평화회의와 1945년 열린 포츠담 회의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외교 침탈을 알리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타고 헤이그에 도착한 이준 열사는, 그러나 회의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한반도 분단이 결정된 포츠담회의다. 우리는 목소리도 내지 못한 채 강대국들간의 결정으로 우리 운명이 좌우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오늘 대한민국은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세계에서 가장 성숙한 국민들이 민주주의와 방역, 탄소중립을 위해 함께 행동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다른 나라와 지지와 협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선진국들의 모임인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은 것을 계기로 과거 한국이 다른 나라에 운명을 맡겨야했던 역사를 뒤돌아 본 셈이다.
문 대통령은 “보건, 열린사회, 기후환경, 각 주제별로 지구촌의 책임있는 나라들이 진솔한 의견을 나눴다. 우리도 지속가능한 세계를 위해 국격과 국력에 맞는 역할을 약속했고,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면서 “G7 정상회의 내내 우리 국민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7개국 정상회의를 마친 뒤 이날 국빈방문을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했다.
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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