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발사와 북-미 간 ‘말 전쟁’ 이후 한층 가팔라지던 한반도 주변 긴장 국면이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동맹국인 미국을 향해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대통령을 예방한 조지프 던퍼드 미국 합참의장도 전쟁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북한을 향해 “더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미국을 향해서도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 점에서 우리와 미국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미 동맹은 평화를 지키기 위한 동맹”이라며 “미국 역시 현재의 사태에 대해 우리와 같은 기조로 냉정하고 책임있게 대응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이후 공식 석상에서 처음 나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국익은 평화다. 한반도에서 두 번 다시 전쟁은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며 “한반도의 평화는 무력으로 오지 않는다. 평화와 협상이 고통스럽고 더디더라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 여러분께 분명히 약속드린다. 위기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유사시 대비도 철저히 하고 있다”며 “국민과 함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북핵 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던퍼드 의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로 문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미군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 정부의 외교적·경제적 압박 노력을 지원하는 데 우선적 목표를 두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응과 조치는 동맹의 차원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한-미 동맹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모두가 현 상황을 전쟁 없이 해결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던퍼드 의장은 이후 한미연합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 이것은 중요한 메시지”라며 “(한반도) 위기가 임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선제공격(pre-emptive war)에 관한 어떤 대화도, 또 어떤 논의도 한 적이 없다. 우리의 외교적 경제적 수단이 실패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를 예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던퍼드 의장은 13일(현지시각)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쟁에 따른) 희생을 실제로 치러야 하는 우리는 누구보다도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꺼린다”고 말한 바 있다.

김보협 기자, 박병수 선임기자, 워싱턴/이용인 특파원 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