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 강화’ 발표
서울성모병원 찾아가 어린이·청소년 환자 위로
이례적으로 민간병원서 발표…“의료계 걱정 잘 안다”
서울성모병원 찾아가 어린이·청소년 환자 위로
이례적으로 민간병원서 발표…“의료계 걱정 잘 안다”
“다인이가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데, 너무 희귀라서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코드 등록이 안 돼 있어요. 수액이나 주사제, 영양제 이걸 떼면 그냥… 그렇게 되는 거에요. 등록이 돼 있는 경우는 보험 급여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은) 전혀 지원되는 부분이 없어요.”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황정희(35)씨는 “주사값 부담이 너무 크다”며 울먹였다. 황씨의 딸 유다인(5)양은 태어난 직후부터 희귀난치성 질환 판정을 받아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병을 앓는) 애들이 너무 극소수다 보니” 오히려 희귀난치성 질환 등록이 어렵다는 황씨의 하소연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는 의료진이 치료 필요성을 인증하면 전부 건겅보험 혜택을 받게끔 할 것”이라며 위로했다.
다인이 엄마를 비롯해 어린이·청소년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만난 문 대통령은 잠시 뒤 병원 로비로 이동해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하는 등 국민들의 의료비를 대폭 줄여주는 내용이 담긴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의료비로 연간 500만원 이상을 지출하는 국민 46만명”, “간병이 필요한 환자 200만명 중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 하는 비율 75%”, “간병을 위해 지방에서 올라와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족 34만명”…. 문 대통령은 이같은 통계 수치들을 주르륵 나열하며, 환자 가족의 생계와 삶을 파탄내는 이같은 ‘의료비 부담’을 2022년까지는 반드시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대책에는 문 대통령이 다인이 엄마에게 약속했던 내용들이 대거 포함됐다. “명백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 모두 비급여로 분류해 비용 전액을 환자에게 부담케 했던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은 “미용·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보험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15살 이하 어린이 입원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20%에서 5%로 낮추는 등 질병 취약 계층에 대한 혜택을 강화한 부분도 다인이 가족에게는 혜택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세법 개정안과 부동산 대책 등을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주무 부처 장관이 발표했던 것과 달리,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은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발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후보 시절 문 대통령이 ‘치매국가책임제’와‘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문제 해결’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며 “앞으로도 민생과 관련된 주요 정책들은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건강보험 보장 강화정책 발표가 이례적으로 민간병원에서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대개 대통령의 병원 방문 행사는 군 병원이나 경찰병원 등 국공립 의료기관에서 개최돼왔다. 대학병원 특진 폐지 등 단계적 비급여 폐지 방안에 예민하게 반응할 민간 의료계를 다독이는 한편,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도 이날 발표에서 “의료계의 걱정도 잘 알고 있다”며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원내 어린이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청소년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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