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뒷줄 맨 오른쪽)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오른쪽 셋째)이 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이순진 신임 합참의장(맨 앞) 보직신고식에 배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KFX·보라매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5월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관련 전문가들로부터 미국의 기술 이전 불허 가능성을 이미 보고받았다는 <한겨레>의 보도(10월7일치 1면)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에 나섰다. 주철기 수석이 참석한 당시 회의는 다양한 의견을 듣는 단순 오찬 간담회일 뿐 결정을 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 이전 불허를 미리 알았는지 여부와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기종 변경 과정 개입 등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는 또 지난달 시작한 관련 의혹에 대한 민정수석실 조사에서 “미국이 거부한 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핵심기술을 자체개발할 수 있다”는 방위사업청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조만간 조사를 종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5월10일 외교안보수석 주재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 전문가 오찬 간담회가 있었고, 이 회의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성격의 회의였다”고 해명했다. 또 “이 회의는 어떤 의사를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으며, 당시 회의의 주된 토론 주제도 보도된 내용과 다른 것이었던 것으로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으니까 이야기를 듣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복수의 참석자들이 “주요 핵심기술이 미국의 기술 이전 불허 항목”이라고 지적했고, 한 참석자는 관련 보고서까지 제출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또 차기전투기 사업을 공개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시켜 협상력을 약화시킨 ‘장본인’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어서, 기술 이전 불허 가능성을 청와대 쪽이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진상 확인을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전투기 핵심기술에 대한 미국의 수출 불허 통보가 논란이 되자, 민정수석실이 나서 경위 파악에 나섰다. 하지만 청와대는 위상배열 레이더 등 미국이 이전을 거부한 핵심기술을 자체개발할 수 있다는 방위사업청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만간 관련 조사를 종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당시 이미 예견했던 사안이라 문제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김관진 실장과 주철기 수석에게도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국내 기술로 전투기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미국이 거부할 것을 알면서 왜 굳이 첨단기술 이전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또 이런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면 뒤늦게 청와대가 조사에 나설 이유도 없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은 대형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청와대에 보고를 하지 않을 수 없고, 주기적으로 관련 보고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청와대는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청와대가 부실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서는 것도 청와대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방사청을 희생양 삼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또 “사업에 한 점의 의혹이라도 남는다면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질 것임을 경고한다”며 “청와대의 믿지 못할 진상조사가 아니라 검찰의 정식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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