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마치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오찬 리셉션에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 위안이 대화를 하고 있다. 베이징/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이번 중국의 열병식에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참관했다.
최 비서는 3일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쪽 끝부분에 자리 잡아 열병식을 지켜봤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시 주석의 오른쪽 두번째 자리에서 참관한 것과 대비됐다. 중국이 북한 대표의 자리를 비교적 ‘구석’ 쪽에 마련한 것은 최근 냉랭해진 북-중 관계를 반영한 자리 배치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또 중국이 박 대통령을 배려해 최 비서의 자리를 멀리 떨어뜨려 놓은 것이라는 풀이도 있다.
그러나 국가원수가 아닌 최룡해 비서의 위상을 감안할 때 이런 자리배치가 홀대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25일 이번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가하는 인사들을 발표하면서, 최 비서를 박 대통령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과 함께 30개국 지도자 명단에 올려 나름 예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 비서는 전날 고려항공 편을 이용해 선양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했다. 최 비서는 북한대표단 단장의 자격으로 방중했으며, 노광철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과 이길성 외무성 부상 등이 수행했다. 최 비서는 전날 단체만찬과 이날 열병식 행사에서 시진핑 주석과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으나, 시 주석과 따로 면담 일정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 비서는 2013년 5월 김정은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을 면담한 바 있다.
북한 매체들은 최 비서의 방중 사실을 간략히 보도했을 뿐, 박 대통령의 참석과 열병식 참관 등은 전하지 않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조평통) 대변인은 이날 박 대통령이 전날 한-중 정상회담에서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 사건’을 언급한 데 대해 “언동을 심사숙고하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으나, 박 대통령의 발언 장소나 상황 등은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은 채 “지난 2일 해외행각에 나선 남조선 집권자”라고만 언급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북남합의 정신에 저촉되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무책임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은 당면한 북남관계 일정마저 가늠할 수없게 하는 매우 심각한 사태”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