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아래 빈자리는 남북 고위급 회담에 나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자리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북 사과·재발 방지’ 강조 발언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인 타결을 끌어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북한의)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강조하며 ‘대북 원칙론’을 끝까지 고수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4일)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20일)을 모두 부인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굴복’을 끝까지 요구한 것이다. ‘도발→위기→보상→도발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와 함께, 강경하고 원칙적인 대북 전략을 통해 최근 지뢰 도발 사태 이후 불거진 ‘안보 무능’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의 이런 방침은 이날 극적인 타결을 끌어냄에 따라 청와대로서는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보수층 등 강경론 지지’ 판단
도발→위기→보상→도발 악순환 끊어
‘안보무능’ 프레임 벗어나기 겨냥
대북 원칙론 고수…협상 주도권 잡기
“남북 극적 타결로 소기의 성과”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도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 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안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북한이 도발 상황을 극대화하고 안보의 위협을 가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과거처럼 북한이 도발로 위기를 조성한 뒤 일시적으로 ‘대화 모드’가 조성되면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나 보상이 이뤄졌다가 다시 도발이 일어나는 ‘악순환’을 끊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매번 반복되어 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고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 등 남북 협의의 전제조건으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라는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제시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달라지는 결과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북한 쪽이 먼저 협상을 제안해온 점을 고려해 협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태도는 ‘협상이 결렬되는 한이 있더라도 양보는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준 셈이다. 박 대통령의 사과 요구는 북한에 사실상 ‘일방적 항복’을 요구한 셈이어서 고위급 접촉에서 접점이 나오지 않을 경우 박 대통령에게 협상 결렬의 책임이 돌아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반 국민들의 전쟁 위기감이 낮아져 협상 결렬에 따른 정권 차원의 부담이 이전보다 덜한데다, 이런 대북 강경론이 보수층을 중심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사태에서 ‘단호한 대처’와 ‘원칙’을 강조하면서 세월호 참사, 메르스, 지뢰 도발 등 주요 국면에서 끊임없이 불거졌던 위기관리능력 논란에서 벗어나 임기 후반기 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대북 원칙 외교를 일관되게 지켜가고 있다는 점을 대내외에 밝히는 계기가 되었다”며 “다만 이번 협상을 계기로 지속적인 대화의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도발→위기→보상→도발 악순환 끊어
‘안보무능’ 프레임 벗어나기 겨냥
대북 원칙론 고수…협상 주도권 잡기
“남북 극적 타결로 소기의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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