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한겨레 자료사진
남북 고위당국자가 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회담을 갖기로 한 것은, 이틀 동안 남북간 오간 ‘밀당’의 결과이다.
첫 제안은 21일(금) 북한이 먼저 해왔다. 북한은 금요일 오후 4시께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의 접촉’을 제의해 왔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철거를 요구하면서 불응시 군사행동을 하겠다고 예고한 시한(22일 오후 5시)를 24시간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두 시간 정도 지나, 같은 날 오후 6시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명의로 “김양건 당 비서가 아닌 황병서 총정치국장(북한 서열 2위)이 접촉에 나오라”는 내용의 수정 통지문을 보냈다.
북쪽의 답변은 하루 지난 22일 오전 9시30분께 나왔다. 북쪽은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비서가 나오겠다. 남쪽에서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나오라”고 두 번쩨 제안을 해 온 것이다. ‘1 대 1’ 접촉이 ‘2 대 2’ 접촉으로 전환한 것인데, 양쪽의 첫 제안을 겹쳐놓은 셈이다.
청와대는 이에 북쪽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오늘 오후 6시에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만나자”면서 시점과 장소를 제안했고, 이를 북한이 최종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런 내용은 김규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오후 3시 긴급 브리핑을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북한이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인 오후 5시를 불과 2시간 앞둔 시점이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최고위급 접촉은 이처럼 단 이틀 만에 성사됐다. 남북 양쪽이 대화로 풀자는 데 일단 합의한 것으로, 시민들의 눈은 연이틀 판문점을 향하고 있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