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 전후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임명 현황
[박근혜 정부 2년 진단] ② 공직인사 해부
‘낙하산 근절’ 헛구호
‘낙하산 근절’ 헛구호
박근혜 정부 집권 두돌을 즈음해 공기업·준정부기관 116곳의 기관장 임명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 취임 뒤 새로 임명된 기관장 90명 가운데 56명이 이른바 ‘관피아’, ‘정피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사로, 전체의 6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월호 사건 이후엔 박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선포하면서 관료 출신 인사 기관장 임명이 한동안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관피아 몫으로 여겨지던 자리가 정피아에게 돌아가는 등 낙하산 논란은 여전하다.
사회공공연구원과 <한겨레>가 23일 공기업 30곳과 준정부기관 86곳의 기관장 주요 경력을 분석한 결과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 90명 가운데 정피아 계열이 32명으로 36%를 차지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관피아 계열은 24명으로 27%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주무부처 고위 관료 출신들이 특정 공공기관 임원직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차지하고, 정치권력과 밀접하거나 선거에 기여한 인사들이 논공행상으로 자리를 나눠먹는 행태는 끊임없이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렀다. 이런 인사 탓에 공공기관의 독립적 경영판단 훼손, 정부 부처와의 업무 유착, 무능 경영 등 문제점이 불거졌다.
현정부 임명 90명중 56명 ‘62%’
세월호 참사뒤 ‘관피아 차단령’
틈새 비집고 정피아 되레 약진 방송광고공사장 곽성문 전의원
인천공항공사장 ‘문외한’ 박완수
‘친박 인증’ ‘실세 낙점설’ 등 논란 박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공공기관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 근절을 수차례 공언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현실은 어땠을까. 세월호 사건 전 현 정부에서 임명된 62명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가운데 정피아와 관피아는 46명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관료조직과 정치권력의 그림자가 비치는 인사가 10명 중 7명꼴로 낙하산 인사 근절 공언은 애초부터 지켜지지 못했던 셈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박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선언하면서 공공기관 인사의 흐름은 크게 바뀐다. 세월호 사건 전에 임명된 62명 가운데 정피아와 관피아는 각각 24명과 22명으로 거의 비슷한 비중이었다. 이와 달리 세월호 사건 이후 임명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기관장은 28명인데 정피아와 관피아는 각각 8명과 2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관료 출신은 관피아 논란이 불붙기 직전인 지난해 5월 초 1명이 임명된 뒤 아예 없었다가 지난해 12월 말에 김재홍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코트라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살짝 문이 열렸다. 결국 정피아만 칼날을 비켜가게 된 셈이다. ‘관피아 차단령’이 근본적인 공공기관 인사 개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짙게 퍼져 있다. 산하 유관기관이 많은 대표적 부처인 산업부 관계자는 “예전에 퇴직 관료 몫이었던 공공기관의 기관장·임원 자리가 공석으로 떠돌다가 전문성이 훨씬 낮은 정피아로 채워지고 있다”며 “최근 관료들은 소낙비가 지나갈 때까지 눈치껏 퇴직 시점을 조율하거나 소규모 협회 상임이사 등의 자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게다가 기관장 후보의 능력 검증을 떠나 청와대 내정설과 절차 위반, ‘친박 인증’ 논란 등으로 얼룩진 세월호 이후 정피아 임명 과정은 공공기관 인사 왜곡의 현주소를 여실하게 드러낸다. 특히 지난해 9월 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에 임명된 곽성문 전 의원은 <문화방송> 보도국 출신의 친박계 정치인으로, 국정감사장에서 공개된 사장 공모 지원서에서 드러난 ‘친박 인증’은 낯뜨거운 수준이었다. 그는 지원서에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이 되는 1994년 당시 큰 영애(박근혜 대통령) 인터뷰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됐다. 친박그룹 일원으로 의정 생활 내내 박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고 썼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초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으로 간 박완수 전 창원시장은 경남도 공무원 출신의 친박계 정치인으로 분류되지만 공항·항만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2주간의 인사검증을 건너뛰고 임명돼 청와대 실세 내정설과 절차 위반 논란을 불렀다. 또 채점표 등 관련 문서들이 임명 직후 모두 파기된 점도 국감에서 의혹을 키웠다.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은 “‘관피아 차단령’으로 낙하산 인사와 민관 유착 문제가 축소되고 임시봉합됐다”며 “관료나 정치권 인사를 출신을 들어 차단할 게 아니라 시민사회·노동조합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인사청문이나 인사검증 국회보고 도입 등으로 제도 개선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세월호 참사뒤 ‘관피아 차단령’
틈새 비집고 정피아 되레 약진 방송광고공사장 곽성문 전의원
인천공항공사장 ‘문외한’ 박완수
‘친박 인증’ ‘실세 낙점설’ 등 논란 박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공공기관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 근절을 수차례 공언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현실은 어땠을까. 세월호 사건 전 현 정부에서 임명된 62명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 가운데 정피아와 관피아는 46명으로 전체의 74%를 차지한다. 관료조직과 정치권력의 그림자가 비치는 인사가 10명 중 7명꼴로 낙하산 인사 근절 공언은 애초부터 지켜지지 못했던 셈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박 대통령이 관피아 척결을 선언하면서 공공기관 인사의 흐름은 크게 바뀐다. 세월호 사건 전에 임명된 62명 가운데 정피아와 관피아는 각각 24명과 22명으로 거의 비슷한 비중이었다. 이와 달리 세월호 사건 이후 임명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기관장은 28명인데 정피아와 관피아는 각각 8명과 2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관료 출신은 관피아 논란이 불붙기 직전인 지난해 5월 초 1명이 임명된 뒤 아예 없었다가 지난해 12월 말에 김재홍 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코트라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살짝 문이 열렸다. 결국 정피아만 칼날을 비켜가게 된 셈이다. ‘관피아 차단령’이 근본적인 공공기관 인사 개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회의론이 짙게 퍼져 있다. 산하 유관기관이 많은 대표적 부처인 산업부 관계자는 “예전에 퇴직 관료 몫이었던 공공기관의 기관장·임원 자리가 공석으로 떠돌다가 전문성이 훨씬 낮은 정피아로 채워지고 있다”며 “최근 관료들은 소낙비가 지나갈 때까지 눈치껏 퇴직 시점을 조율하거나 소규모 협회 상임이사 등의 자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완수 전 창원시장, 곽성문 코바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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