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김기춘 비서실장이 2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정부 2년 진단] ② 공직인사 해부
해수부 장관·정무수석 두달…관광진흥비서관은 8개월
해수부 장관·정무수석 두달…관광진흥비서관은 8개월
박근혜 정부 인사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여론은 ‘불통 인사’와 ‘밀실 인사’를 거론해왔지만, 공직사회나 공기업 및 정부의 인사 영향력이 미치는 조직 구성원들이 현 정부 2년의 인사 문제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는 것은 ‘인사 공백’이다. 정권 핵심부의 관심을 바로 받는 보직이 아니면 수개월 동안 방치하는 일은 부처 및 공기업 가릴 것 없이 흔한 일이고, 심지어 국정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 보직도 한달 이상 비워놓는 사례를 찾기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다. 교체를 예고해놓고도 후임자 발탁은 기약 없이 뒤로 미루는 일이 고질병처럼 반복됐다.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른 김기춘 비서실장의 교체가 대표적이다. 김 비서실장의 사임이 기정사실이 된 뒤 후임자 발표는 한달이 넘도록 미뤄지고 있다. 지난해엔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뒤 40일이 넘어서야 후임자인 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되기도 했다. 이주영 장관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해양수산부 장관은 두달 넘도록 공석이었고, 감사원장 역시 양건 원장 사퇴 뒤 두달 만에 지명돼 임명장을 받는 데는 96일이 걸렸다. 진영 장관 사퇴 뒤 보건복지부 장관도 두달 이상 공석이었다.
청와대 사정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입’인 대변인 자리도 2013년 말 김행 대변인이 물러난 뒤 36일이나 비어 있었고,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 사이의 소통을 맡아야 할 정무수석은 63일 동안 빈자리였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신설된 재난안전비서관은 9월5일 신설 방침을 밝힌 뒤 12월19일에야 임명됐다. 지난해 5월 전임자가 물러난 관광진흥비서관은 후임자가 지난 1월 임명되면서 청와대 비서관 중 ‘최장기 빈자리 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직접 관광진흥확대회의를 주재하며 ‘관광대국’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게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관광진흥비서관이 공석인 상태에서도 청와대는 담당 부서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해 8월 윤종승(자니 윤)씨의 한국관광공사 감사 임명 등 낙하산 인사를 강행했다.
정부 부처로 내려가면 인사지연은 참담한 수준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인천 남동갑)이 지난달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현 정부 들어 지난해 말까지 정부 각 부처 실·국장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의 1개월 이상 인사 공백이 발생한 곳은 총 296곳으로 집계됐다. 기간은 최소 1개월에서 최장 24개월(2년)까지 인사 공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정윤회 비선 국정개입’ 논란 과정에서 드러난 바대로, 박 대통령이 문화체육관광부 국·실장 인사까지 장관을 직접 불러 개입할 정도로 자잘한 인사까지 직접 챙기는 ‘만기친람식 인사’ 탓이란 분석이 많다. 장관들이나 주변 참모들에게 휘하 인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모두 주지 않고 직접 챙기다 보니, 인사가 늦어지고 국정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청와대 안팎에선 “인사안이 올라갔는데,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려오지 않는다. 그러면 한참 기다렸다 다시 (다른 인물로 인사안을) 올려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는 말이 회자된 지 꽤 됐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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