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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문체부 인사 개입’ 의혹엔 손도 안댔다

등록 2014-12-17 19:59수정 2014-12-18 09:12

정윤회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윤회씨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검찰의 어물쩍 수사
● 비선·암투설 등 본질 묻히고
● 비서관 3인방 책임 못밝혀
● 청와대 수사개입도 의문 여전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가 대략의 윤곽을 드러내면서, 청와대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시했던 ‘가이드라인’이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온 나라를 뒤흔든 파문의 최종 수사 결과는 문서 유출에 관여한 경찰관 2명에 대한 기소가 전부이고, 이마저도 법원에서 유무죄를 다퉈야 한다. 검찰이 ‘범죄 혐의’로 지목한 문건의 민간 유출은 숨진 최아무개 경위가 다 떠안게 됐다.

그러는 사이 ‘정윤회, 박지만, 청와대 3인방’ 등 핵심 등장인물들은 그 어떤 책임도 없이, 그저 ‘근거 없는 루머’의 피해자로 남게 됐다. 수사가 종착역에 가까이 왔지만,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했던 ‘의혹’들은 제대로 풀린 게 없다. 이런 이유로 국회에서는 특검이나 청문회 등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오고 있다.

■ 정윤회씨 부부 인사 개입 의혹에 침묵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이 큰 파문을 일으켰던 이유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던 ‘비선 인사’, ‘밀실 인사’의 실체가 이번 기회에 확인될 수 있을지 여부 때문이었다. 이번 파문의 와중에 유일하게 이런 인사 개입의 분명한 실체가 드러난 사안이 바로 박 대통령의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좌천 인사 지시였다.

대한승마협회가 승마 선수인 정윤회씨 부부 딸(18)의 특혜설과 관련해 잡음이 커지고 있을 때, 청와대는 직접 문체부에 승마협회를 콕 찍어 조사를 지시했고, 정씨 부부와 친한 전직 승마협회 간부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이름까지 불러줬다. 뒤이어 박 대통령이 수첩을 보고 문체부 국·과장 2명의 이름을 직접 불러주며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증언까지 나왔다. 누가 봐도 대통령의 정상적인 통치행위로 보기 석연찮은데도, 청와대는 지금껏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뒤늦게 “박 대통령이 해당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태도’를 지적하는 민정수석실의 감찰 보고서를 보고 지시한 것”이라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감찰에 관여했던 청와대 인사는 “윗선에서 감찰 지시가 내려왔고, 조사해 올린 보고서 내용엔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그 ‘윗선’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밝히지 않고 있고, 정씨 부부의 인사 관여에 대한 이런 구체적인 의혹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 ‘문고리 3인방’, 대통령 감싸기로 귀결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역할도 제대로 규명된 게 없다. 이번 파문 와중에 이들 3인방이 공식적인 업무 외에 ‘월권’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몇년간 만난 적 없다”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윤회씨의 통화 사실이 드러났고, 이 비서관이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당시 장관의 증언도 나왔다. 정호성 비서관은 유출된 문건을 전달받아, 조사를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맡기는 ‘창구’ 역할을 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안봉근 비서관은 다른 수석실(민정수석실)에 근무할 파견 경찰의 명단을 단수로 통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최근 이들을 가리켜 “심부름하는 비서일 뿐”이라고 감싸고 나서면서 3인방에 대한 외부의 지적을 공허하게 만들었다. 검찰도 이들 3인방 문제에 대해선 수사 대상도, 사건의 본질도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15일 오후 박지만 EG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5일 오후 박지만 EG회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한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하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정윤회-박지만’ 암투도 변죽만 이번 파문의 배경에 정윤회씨와 박지만 이지(EG) 회장의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관측도, 두 사람이 사이가 나쁘다는 점만 확인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개입해 어떤 부분들로 충돌했는지 확인된 게 없다. 정씨의 박 회장 미행설도 흐지부지 끝나는 분위기다. 하지만 박지만 회장과 정윤회씨가 껄끄러운 사이라는 점은 양쪽 모두 부인하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 보고서에 등장하는 ‘박 회장 주변 ×파리’의 양태가 어떠했는지, 단순히 3인방이 친인척이라는 이유로 박 회장을 경계했는지, 그렇다면 박 회장과 친분있는 이들의 잇단 몰락은 그저 역차별이었는지도 규명되지 않았다. 검찰에 나간 박 회장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쳤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김기춘 청와대, 회유 정말 없었나 검찰 수사 중간에 서울경찰청 소속 최아무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그가 유서에 남긴 ‘민정비서실 회유 의혹’도 분명히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회유를 받은 당사자로 지목된 한아무개 경위는 입을 닫았지만, 청와대는 한 경위가 회유받은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보도한 <제이티비시>(jTBC)에 별다른 대응을 않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는 ‘가이드라인’ 제시 및 이른바 ‘조응천 그룹 7인’에 대한 감찰 결과를 검찰에 전달하는 등 끊임없이 수사에 개입해왔다. 청와대가 어떤 식으로든 회유 및 설득을 시도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다. 검찰이 회유 의혹에 대해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특검 등 또다른 조사기구가 필요함을 뒷받침하는 주요 근거가 될 수밖에 없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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