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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건들 최초 입수한 세계일보, 박지만 문건은 왜 보도 안했나

등록 2014-12-16 20:39수정 2014-12-17 11:46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 내용을 첫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세계일보사 사옥 정문 셔터가 내려진 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 문건’ 내용을 첫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5일 오후 서울 신문로2가 세계일보사 사옥 정문 셔터가 내려진 채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기자는 박회장 만나기만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해 검찰이 ‘서울청 정보1분실 소속 경찰관들의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문건 유출 이후 이 문건들이 복사되고 쪼개져 기업과 언론에 전달되는 과정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검찰은 문서 유통 경로를 ‘청와대’→‘박관천 경정’(반출)→‘정보1분실 한·최 경위’(복사·전달)→‘언론·기업’ 등으로 단순화하고 있지만, 반출 이후 약 10개월 동안 이 문서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은 그처럼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지난 5~6월 이 문서의 최초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과 ‘정윤회 문건’ 기사를 작성한 <세계일보>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등장한 대목은 여전히 의문스런 점이 많다.

청와대 문건을 입수해 4월 초 ‘청와대 비위 행정관 리스트’ 기사를 보도한 바 있는 조아무개 기자는 박 경정-조응천 전 비서관을 통해 5월12일 박지만 회장을 만나 자신이 입수한 ‘박지만 문건’을 건네준다. 이에 대해 조 기자는 지난 12일치 기사에서 “문서 유출 등 청와대 보안 시스템에 경고음을 울려야 할 필요성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경고하기 위해 문서를 박 회장에게 건네야 했는지는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등 청와대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귀가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지만 이지(EG) 회장이 16일 새벽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등 청와대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귀가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계일보>는 ‘박지만 문건’을 박 회장에게 전달했을 뿐 당시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는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세계일보>는 “‘박지만 문건’이 청와대에 건네지면 대대적인 보안점검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아 그 경위를 취재했다. ‘정윤회 문건’ 보도는 그 취재 결과 중 일부다. 보도는 현재 진행형이다. 어떤 보도를 먼저 할지는 (편집국의) 판단 문제”라고 밝혔다. <세계일보>는 ‘박지만 문건’과 ‘정윤회 문건’을 한꺼번에 입수했는지, 각각 입수했는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당시 박 경정이 청와대에 전달한 유출 보고서에 ‘현직 행정관→대검 수사관’ 등을 지목한 내용은 검찰 조사에서 허위로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유출 보고서에 적힌 경로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아무개 경위가 꾸며낸 가상의 유출경로”라고 설명했다. 박 경정과 조 기자 모두 최 경위가 꾸며낸 유출 경로에 속았다는 설명인데, 최 경위는 유서를 통해 ‘억울하다’고 밝히고 있다. 검찰이 밝힌 내용을 검증할 수 없게 된 셈이다.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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