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로부터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유출자로 의심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과 최아무개·한아무개 경위의 관계와 역할은 이번 사건의 전모를 드러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다. 3명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최 경위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목숨을 끊어 진실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15일 청와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던 박 경정은 청와대 문건(이하 박관천 문건)을 반출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로 가져갔다는 점은 시인하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언론사와 대기업 등으로 유출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문건 유출자로 지목한 이는 서울청 정보1분실 소속 최 경위와 한 경위다. 한 경위는 검찰 조사에서 “(박관천) 문건을 복사했고 이 중 3장을 최 경위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한 경위도 직접 언론사·대기업 등으로 유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최 경위가 유출 혐의를 모두 받게 됐다. 그러나 최 경위는 이를 부인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최 경위는 지난 1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며 “검찰에 체포되기 전날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이 한 경위에게 ‘혐의를 인정하면 불입건해줄 수 있다’고 선처 얘기를 했다고 한 경위가 내게 알려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경위가 선처를 받기 위해 허위 진술을 했다는 취지다. 그는 유서에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최 경위와 가까운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최 경위는 ‘세계일보 기자에게 청와대 문건을 전달한 게 아니라 (이미 문건을 갖고 있는) 기자가 내게 문건 내용 중 일부를 알려줬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첩보보고서를 쓴 게 전부’라며 억울해했다”고 말했다. 최 경위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출 경위는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다.
검찰은 문건들을 한 경위가 복사하고, 최 경위가 언론사 등에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 경위 진술의 신빙성을 백퍼센트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고 증거에 의해 자백했다”며 “수사 결과를 보면 자백이 결코 외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경위의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도 한 경위와 최 경위가 문건을 대량 복사해 외부로 빼돌리는 위험을 감수할 동기가 없어 보인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김원철 박태우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