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5일 오전 ‘정윤회 국정개입 문서’ 유출 사건과 관련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 질문에 답하다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박경정 통한 문서유출 가능성에
조응천, 다소 모호한 답변 내놔
조응천, 다소 모호한 답변 내놔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11일 <한겨레>를 통해 밝힌 주장을 거칠게 압축하면 “청와대가 나를 문서 유출 ‘주범’으로 몰아넣기 위해 실체가 없는 ‘조작 사건’을 허위로 꾸미고 있다”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은 최근 <동아일보>, <조선일보> 등에서 ‘청와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된 ‘양천(조응천-박관천)회’, ‘7인 모임’ 보도도 청와대에서 고의로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친인척 관리’를 담당했다. 그만큼 박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등을 둘러싼 관계 등을 잘 파악하고 있고,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와 이른바 ‘3인방’이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작성과 유출 과정의 핵심 주도자로 그를 지목하는 것은 이런 그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 청와대 참모들은 대선 전부터 항상 박 회장 등 친인척의 위험성을 극도로 경계해왔다. 이번 문건 사태 역시 박 회장과 조 전 비서관 등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난 이들이 자신들을 견제하는 청와대 핵심 참모들을 흔들려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7인 모임’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들 중 4~5명이 정기적으로 만나왔으며, 청와대 내부 자료 유출도 1회가 아니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청와대가 ‘7인 모임’으로 지목한 이들은 문서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 오아무개, 최아무개(변호사) 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과 박지만 이지 회장의 측근 전아무개씨, 검찰의 박아무개 수사관, 전 국정원 고위 간부 고아무개씨 등이다. 청와대는 이들이 모두 조 전 비서관과 공·사적 인연으로 묶인 관계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 측근인 전씨는 조 전 비서관이 대선 때부터 박 회장 쪽을 관리하며 수시로 논의하는 등 친분을 유지했던 사이다. 조 전 비서관은 그를 청와대에 채용해 일을 시키고 싶어했으나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의 반대에 막혔다고 한다. 오 전 행정관도 조 전 비서관이 추천해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또 전씨와 오 전 행정관은 고려대 법대 선후배로 전부터 교류했던 사이다.
더구나 조 전 비서관으로서는 자신의 부하이자 그동안 행보를 같이했던 박관천 경정이 청와대에서 대량의 문건을 출력해 들고 나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더 궁지에 몰리고 있는 형국이다. 조 전 비서관이 알았든 몰랐든 자신이 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박 경정이 문서를 유출한 것이어서 그 책임을 피하기도 어렵다.
조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한겨레> 인터뷰에서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박 경정에게 그 문서를 다 파기하라고 했고, 그렇게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만약 문서가 박 경정이 가져간 것(문서)에서 빠져나갔다면 나는 완전히 속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박 경정을 통해 문서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셈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