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이지(EG)그룹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가운데 11일 오후 박 회장의 집이 있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빌라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2014.12.11 / 연합뉴스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작성 및 유출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56) 이지(EG)그룹 회장의 이름이 자꾸 등장하고 있다. 특히 이른바 ‘비서관 3인방’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대리전 성격으로 정윤회씨와 박지만 회장이 군데군데 부딪힌 흔적이 나오고 있어 이번 사건의 실체와 관련해 박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11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5~6월께 청와대 문건이 박스째 돌아다니는 걸 보고 박 회장을 통해 대통령에게 알리려 했다. 그러나 박 회장이 움직이지 않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일보>는 지난 3일 ‘박 회장이 지난 5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남재준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각각 청와대 내부 보고서가 유출되고 있다는 제보를 했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이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11일 조 전 비서관의 말에 따르면, 박 회장은 현재까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언론 접촉을 극구 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5월 박관천 경정, <세계일보> 기자 등과 만나 자신과 관련된 청와대 보고서 유출 사실을 전해 들을 당시의 대화 녹취록을 지난 9일께 검찰에 전달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청와대와 검찰의 현재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번 사태의 책임자 중 한명으로 박 회장의 오랜 측근인 전아무개씨가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어 박 회장이 문서 유출을 인지한 정도가 아니라 ‘정윤회씨 국정개입’ 보고서 작성 및 유출 과정에서 친분이 있는 조 전 비서관과 사전 교감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법대 출신인 전씨는 과 동문인 박 회장의 부인 서향희(40) 변호사 및 ‘정윤회 보고서’ 보도 뒤 청와대 감찰을 받고 사표를 낸 오아무개 행정관과 가까운 사이로 전해지고 있다. 전씨는 이지그룹 박 회장 비서실에서 일하다가 육영재단으로 옮겨 법무팀장으로도 일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전씨가 고 이춘상 보좌관과 박 대통령 친인척 관리업무를 계속해왔다. 하지만 정호성 비서관 반대로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채용되지 못했다. ‘박 회장 사람이 청와대에 오는 건 싫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연말께에는 전씨 관련 첩보가 사정기관에 접수되기도 했다. ‘전씨가 박 회장 대리인 역할을 하며 청와대 인사들에게 박 회장 뜻을 전하고 있다. 정·관·재계에서 전씨에게 줄을 대려는 이들이 있다’는 내용이라 사정기관이 전씨를 주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박 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는 건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정윤회씨는 10일 검찰에 출석해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질 것”이라며 배후를 언급했다. 또 지난 3월 <시사저널>의 ‘정윤회, 박지만 회장 미행’ 기사와 관련해 박 회장과의 대질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도 최근 지인들에게 “정씨가 미행 사건에 대해 부인하면 내가 직접 나서서 반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고 한 언론이 보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장 소환 계획은 없지만, 박 회장과 관련해 여러 가지 언급된 것은 알고 있고, 검토도 하고 있다”고 했다.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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