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의 문체부 무슨 일 있었길래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보도(<한겨레> 12월3·4일치 1면)와 관련해, 당시 지시를 받았던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 5일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면서 ‘정윤회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출범과 함께 1년4개월여 업무를 수행했던 장관이 박 대통령의 ‘비선 인사’와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 방식을 공개하고 이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어서, 박 대통령과 청와대로서는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과 문체부 내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번에 유 장관이 나선 배경에는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문체부 사이의 계속됐던 불화가 원인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장관을 지낸 인사가 퇴직 뒤 대통령을 향해 날을 세우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지만, 문체부 내부적으로는 ‘청와대의 지나친 간섭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에 문제가 된 국·실장 인사와 관련해서도, 문체부의 한 간부는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와 현 김종덕 문체부 장관은 당시 인사와 관련해 “능력 부족”, “장관이 적임자로 인사조치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정작 당시 유 장관은 인사를 하면서도 해당 간부들에게 대단히 미안해했다고 한다. 당시 좌천성 인사를 당한 체육정책과장은 보직을 맡은 지 5개월여밖에 안 됐고, 요직인 체육국장의 후임에 아직 해외연수 기간도 끝나지 않은 이를 급하게 복귀시킨 것만 봐도 ‘윗선의 지시’에 따른 급조된 인사였음을 알 수 있다.
지난 7월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행된 유진룡 장관에 대한 이례적인 ‘면직’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문체부에서는 유 장관이 각종 산하기관장 인사에 대한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던 게 교체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유 장관은 고학찬 예술의전당 사장, 정성근 전 아리랑국제방송 사장,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니 윤 한국관광공사 감사 등 대선 때 박 대통령을 도운 인물들에 대해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반대했다고 한다.
“청와대서 내려온 기관장 명단엔
전문성은 없고 충성파만 가득”
한 전직 고위 간부 털어놔
유 전 장관, 지시 거부하다 미운털
퇴임뒤 ‘유진룡 흔적 지우기’ 소문도 반대로 산하기관장 임명과 관련한 청와대의 ‘자체 기준’도 갈등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문체부를 떠난 한 전직 고위 간부는 <한겨레>에 “예전에 어떤 현안에 대해 서명을 한 것까지 (청와대에서) 모조리 문제를 삼다 보니 기관장 시킬 사람이 없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내려)온 명단은 전문성은 없고 충성하겠다는 이들만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한 문체부 간부는 “정부 출범 이후엔 잘 몰랐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이 온 이후에는 ‘성향’에 대한 검증이 굉장히 강해졌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탓에 유 전 장관이 문체부를 떠난 뒤 문체부 내부에서는 ‘유진룡 흔적 지우기’가 벌어졌다는 말이 파다했다. 10월에는 일괄 사표를 낸 문체부 실·국장 6명 중 5명이 교체됐고, 교체된 이 가운데 이른바 ‘유진룡 인맥’으로 분류되는 3명은 명예퇴직을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한양대 출신인 원아무개 국장만 승승장구를 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이 불거진 뒤 유진룡 전 장관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종 문체부 2차관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 김 차관의 민원을 이재만 비서관이 ‘브이’(V·대통령을 지칭)를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종 차관과 이재만 비서관 모두 한양대 출신이다. 하지만 김종 차관은 이날 유 전 장관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히며 “이재만 비서관을 알지 못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오히려 김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사람을 이곳저곳에 심으려 한 사람은 오히려 유 장관 아니냐”면서 김용환 전 문체부 2차관을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용하도록 자신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석진환 하어영 기자 soulfat@hani.co.kr
전문성은 없고 충성파만 가득”
한 전직 고위 간부 털어놔
유 전 장관, 지시 거부하다 미운털
퇴임뒤 ‘유진룡 흔적 지우기’ 소문도 반대로 산하기관장 임명과 관련한 청와대의 ‘자체 기준’도 갈등의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은 문체부를 떠난 한 전직 고위 간부는 <한겨레>에 “예전에 어떤 현안에 대해 서명을 한 것까지 (청와대에서) 모조리 문제를 삼다 보니 기관장 시킬 사람이 없었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내려)온 명단은 전문성은 없고 충성하겠다는 이들만 있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한 문체부 간부는 “정부 출범 이후엔 잘 몰랐는데, 김기춘 비서실장이 온 이후에는 ‘성향’에 대한 검증이 굉장히 강해졌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탓에 유 전 장관이 문체부를 떠난 뒤 문체부 내부에서는 ‘유진룡 흔적 지우기’가 벌어졌다는 말이 파다했다. 10월에는 일괄 사표를 낸 문체부 실·국장 6명 중 5명이 교체됐고, 교체된 이 가운데 이른바 ‘유진룡 인맥’으로 분류되는 3명은 명예퇴직을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과정에서 유일하게 한양대 출신인 원아무개 국장만 승승장구를 했다는 점이다. 이번 사안이 불거진 뒤 유진룡 전 장관이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김종 문체부 2차관과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하나로 묶어서 생각하면 정확하다. 김 차관의 민원을 이재만 비서관이 ‘브이’(V·대통령을 지칭)를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종 차관과 이재만 비서관 모두 한양대 출신이다. 하지만 김종 차관은 이날 유 전 장관에 대한 고소 방침을 밝히며 “이재만 비서관을 알지 못한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오히려 김 차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자기 사람을 이곳저곳에 심으려 한 사람은 오히려 유 장관 아니냐”면서 김용환 전 문체부 2차관을 평창동계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용하도록 자신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석진환 하어영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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