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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청와대 “조 행정관 개인적 일탈” 꼬리 자르기

등록 2013-12-04 23:16수정 2013-12-05 09:52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안행부 김씨-곽 전수석
같이 근무한 경력 숨기는 등
청와대, 사건 축소 안간힘
조 행정관 ‘직위해제’ 시켜

곽 전수석→김씨→조 행정관…
청 ‘조직적 개입’ 의혹 짙어져
개인 일탈, 수사 가이드라인 비판도
청와대는 4일 총무비서관실 소속 조아무개 행정관이 불법으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아들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개입했다는 민정수석실 감찰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라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했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민정수석실이 경위 파악 중이라고 밝힌 지 하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지 사흘 만이다. 그동안 민정수석실의 감찰 사실조차 공개하지 않던 전례에 견주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조처다.

청와대의 이런 태도는 ‘청와대가 채 총장 찍어내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실제 조사 결과 발표에서 철저히 ‘청와대와 무관한 친분관계에 따른 개인적 일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조 행정관이 서울시 공무원 출신에 이명박 정부 때부터 청와대에 근무했다”고도 했다. 조 행정관의 불법 행위를 채 전 총장을 겨냥한 이른바 ‘원세훈 사단’의 사적인 반격으로 몰아가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0월27일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검찰총장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10월27일 춘추관 브리핑실에서 검찰총장 인사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반면 청와대는 조 행정관에게 정보를 부탁한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아무개씨가 지난 5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근무했다는 사실은 발표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이를 모를 수 없는데도, 조사 결과 발표 때 이 부분만 쏙 빼버렸다. 더욱이 김씨의 소속을 밝히라는 기자들의 집요한 요구에도 청와대는 “모 중앙부처 공무원”이라는 답변만 반복하며, “검찰이 수사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이력이 확인되는 것을 꺼린 셈이다. 하지만 언론에 ‘청와대 관련 시인’이라는 식으로 청와대 관련설이 제기되자 뒤늦게 “안행부 소속”이라고 밝히면서도 실명 공개는 끝까지 거부했다.

결국 채 전 총장에 대한 청와대 차원의 ‘찍어내기’를 기획한 인물로 곽상도 전 민정수석이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김씨의 정확한 신원과 민정수석실 근무 이력이 드러나면 오히려 ‘곽 전 수석 → 김씨 → 조 행정관’으로 이어지는 ‘조직적 개입’ 의혹이 확산될 것을 우려한 청와대의 ‘의도적 숨기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또 “민정수석실이 채 전 총장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했다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조직적 개입을 부인했다. 하지만 역으로 사정기관을 이끄는 검찰 총수를 겨냥한 정보수집 행위가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비공식적 라인을 동원해 은밀하게 조사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민정수석실에는 검찰·경찰 등 각 기관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많아, 공식 라인을 활용하면 이런 정보가 검찰 쪽으로 새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이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조 행정관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활용됐고, 또 이를 부탁한 김씨는 무슨 이유로 누구의 부탁을 받았는지’ 등 세부적인 사항을 밝히지 않은 것도 석연찮은 대목이다. 청와대는 “그런 부분은 향후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라고만 밝혔다. 의혹의 핵심에 대한 입증 책임을 검찰로 떠넘긴 셈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이런 태도가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에 미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로서는 수사를 통해 개인적 일탈이라는 청와대의 결론을 뒤집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재경 지청장급 검찰 관계자는 “청와대가 저렇게 결론을 미리 밝혀버리면 설사 그게 사실이더라도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결과를 제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청와대의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진상 밝혀야 [한겨레캐스트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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