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박근혜 대통령, 오른쪽은 정홍원 국무총리.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에 ‘채 총장 문제 나서지 마라’ 경고
일선 검사들은 불만 목소리 여전
일선 검사들은 불만 목소리 여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법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수고가 많으셨다. 아주 많은 일을 법무부에서 하고 있다”며 격려했다고 청와대가 17일 밝혔다. 박 대통령이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로 검찰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황 장관에게 일부러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동요하고 있는 검찰에는 ‘법무부 장관 교체는 없다, 채 총장 문제로 함부로 나서지 마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황우여·김한길 여야 대표와 만난 3자회담에서도 “당연히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 “장관이 감찰권을 행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언급한 데 이어 국무회의 석상에서도 재차 황 장관에 대해 두터운 ‘신임’을 표시한 셈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황 장관에게 “인터넷 댓글을 봤는데, 평범한 서민이 민생 걱정만 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법대로 되지 않고 이상하게 꼬여 나라가 저 모양이 되면 되느냐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에 대해 굉장히 살맛이 난다고 하더라”라는 말을 건넸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박 대통령이 ‘황 장관의 감찰 지시’를 직접 언급하며 격려한 것은 아니지만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가 공개 브리핑을 통해 이런 사실을 밝힌 것 자체가 드문 일이다.
청와대는 지난 7월 말 현오석 경제부총리에 대한 여당 내부 비판이 거세지면서 거취 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현 부총리가 열심히 해왔다’고 말했다”며 재신임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에도 ‘장관이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검찰 내부의 비판과 함께 야당이 황 장관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고 나오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확실한 신임을 보여줬다는 게 청와대 내부의 대체적인 평가다.
검찰의 반발은 잦아든 모양새다.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라오던 항의성 글도 뚝 끊겼다. 하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채 총장이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지 않아 감찰을 하게 됐다’는 박 대통령의 말씀은 사실관계부터 틀렸다. 의혹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감찰 지시가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는 “대통령이 진상규명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이에게서 유전자 정보를 가져오겠다는 선언이다. 아이에게 엄청난 폭력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검사도 “아이의 유전자를 국가가 강제로 확인하겠다는 건 국내법 지위를 갖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반이다. ‘진상규명을 하라’는 지시 자체가 불법 행위를 하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석진환 김원철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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