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감찰 본격 착수…검사들 집단반발 확산
“검찰 동요 우려한다며 사표도 안받고 감찰 강행”
“검찰 동요 우려한다며 사표도 안받고 감찰 강행”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앞서 사퇴 의사를 밝힌 채동욱 검찰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15일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진실 규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채 총장에 대한 감찰 조사 계속 방침’을 공표하자, 법무부는 “감찰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13일·황교안 법무부 장관)던 애초 입장을 바꿔 이날부터 본격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이 수석은 오전 기자들과 만나 “박근혜 대통령도 진실 규명을 빨리 하라는 뜻을 갖고 있지 않겠느냐”며 이렇게 말해, 박 대통령이 재가한 일임을 내비쳤다. 이 수석은 이어 “채 총장은 진실이 아닌데 왜 물러나나. 이번 사안은 진실이 규명되면 깨끗이 해결되는 문제이고 채 총장도 적극적으로 진실 규명에 나서야 한다”며 “채 총장이 직접 나서건, 법무부가 진상 규명을 하건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법무부 조사가 계속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수석은 채 총장이 민사소송을 통해 유전자 검사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변호사 선임하고 그러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그렇게 되면 당사자나 (검찰) 조직은 더 혼란스럽고 동요할 것”이라며 “(법무부의 진상조사를 통해) 더 빨리 진실 규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평검사회의 소집 등 검찰 내부의 반발에 대해 이 수석은 “이 문제는 공직자 윤리의 문제이고 검찰의 신뢰와 명예의 문제이지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수석은 민주당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청와대를 비판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이번 사안을 왜 정치적으로 악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이 수석은 “청와대에 책임을 묻고 의혹을 제기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공직사회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청와대의 진상조사 발표가 있자 곧바로 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국외 출장 중이던 안장근 법무부 감찰관이 급거 귀국해 오전부터 출근했고, 감찰관·감찰담당관과 검사 2명 등이 진상조사에 투입됐다. 법무부는 “감찰할 만한 사안이 되는지 가늠해보는 본격 감찰 전 단계라고 보면 된다. 사표가 수리될 것으로 봤지만 수리되지 않아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부장검사는 “검찰 조직의 동요를 우려한다면서 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총장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며 감찰을 받으면 검찰이 (제대로) 돌아가겠느냐”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청와대의 저런(진상 규명) 액션은 일종의 신호로 보면 된다. 검사들이 집단으로 항명하거나 하는 사태까지 가면 검찰에 좋을 것이 없다는 (경고의) 의미로 비친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급 인사도 “추석 민심이 중요하고 이게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됐는데, 사표를 냉큼 수용하면 총장 밀어내기, 찍어내기 시나리오가 완성됐다는 걸 보여주는 것밖에 더 되겠냐. 그런 걸 염려한 ‘추석용 시간 벌기’인 것 같다”고 했다. 한 차장검사는 “사표를 받았으면 수리를 해야지 끝까지 망신을 줘서 내보내려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채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으면서 검찰은 총장 대행체제도 꾸릴 수 없는 지휘부 공백사태가 생기게 됐다. 일선 검사들은 지난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평검사회의를 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데 이어 16일 서울중앙지검 등에서도 평검사회의 개최 여부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석진환 김원철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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