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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검찰 독립성 훼손’ 비화에 당황…‘개인 윤리 문제’ 몰아가기

등록 2013-09-15 19:49수정 2013-09-24 11:22

이정현 수석
이정현 수석
청와대 돌연 ‘사표수리 보류’ 왜?

대검 간부 사퇴 등 검찰 반발
‘3자 회담’ 앞 야당 공세 부담
“사표 반려는 없을 것이다”서
“진실 규명이 먼저” 태도 변화

‘청와대 개입설’ 후폭풍 차단
다른 흠결 찾는 등 ‘시간벌기’
애초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와 사퇴 종용을 한 적이 없다고 관련설을 전면 부인했던 청와대가 불과 이틀 만인 15일 직접 나서 ‘사퇴 보류와 감찰조사’ 계획을 밝히는 등 자가당착을 무릅쓰면서 진화에 나섰다. 채 총장 사퇴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검찰 조직이 동요하자 조기 차단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수석은 이날 기자브리핑을 자청해 “채 총장이 왜 물러나나. 사표 수리 안 했다. 진실을 밝히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사표 수리를 보류해둔 채 법무부를 통해 채 총장 감찰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청와대는 13일 채 총장이 사직서를 내자 이를 수리하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채 총장 사퇴 발표 직후 “사표를 반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도 그날 일선 검사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에서 “채 총장이 공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감찰은 진행되지 않는다”고 공표한 바 있다. 실제 채 총장의 사직서는 13일 법무부를 거쳐 안전행정부로 넘어갔다. 정식 수리 절차를 밟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주말을 거치며 청와대의 기류가 돌변했다.

청와대의 방침 변화는 몇 가지 변수를 고려한 포석으로 읽힌다.

무엇보다 대검 감찰과장의 사퇴와 평검사 회의 소집 등 검찰 내부의 반발이 커지자 일단 이를 희석시키고 더 이상의 확산을 막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정현 수석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은 공직자의 윤리에 관한 문제이지 검찰 독립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수석은 또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기소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 공공연히 거론됐던 채 총장과 정권의 갈등설도 “그런 일 없다”고 일축했다. 검찰 ‘조직’의 일이 아니라 채 총장 ‘개인’의 문제라는 것이다.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겐 고위 공직자 개인의 도덕성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검사들에겐 ‘함부로 모이거나 나서지 말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수석은 이어 “진실이 밝혀지면 도덕적으로 더 탄탄해질 텐데, 의혹을 제기하는 이런저런 언론보도 때문에 사표를 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청와대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채 총장이 사소한 보도에 과잉 반응을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례는 물론 검찰 내규에도 없는 ‘총장 감찰 착수’가 채 총장에게는 사퇴 종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앞서 청와대는 검찰총장 유력설이 나돌다 성추문에 휩싸였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고위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침묵한 바 있다. 유독 이번에만 감찰 카드를 뽑아들고서도 검찰 독립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채 총장을 계속 감찰하며 파장을 줄일 시간을 벌고, 채 총장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힐 도덕적 흠결을 찾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부장급 검사는 “검찰이 반발하면서 ‘국정원 사건 때문에 총장이 잘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청와대가 그게 아니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윤리 문제로 몰아갈 카드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며 “집권 1년차 청와대에 저항한다는 식의 불쾌감도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차장급 검사는 “총장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 사표를 쓴 건데, 청와대가 감찰을 하겠다는 것은 결국 조직 동요를 고려하지 않고 검찰을 더 흔들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등 야권의 거세지는 반발을 ‘정치공세’라는 프레임에 가두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이 수석은 “진실을 규명하면 끝나는 일인데 엉뚱하게 청와대를 공격해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치적으로 악용해 공격의 빌미로 삼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되레 야당 쪽에 화살을 돌렸다. 청와대는 진실을 밝히자는 것뿐인데, 민주당이 ‘불순한 정치적 의도’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청와대가 감찰조사 계속 방침을 밝히면서 유난히 ‘진실 규명’과 ‘혼란 해소’를 강조한 것은 채 총장 조사 결과 뚜렷한 도덕적 흠결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명분을 쥐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야말로 탈탈 털어서도 별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청와대는 사표 수리를 미루고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했다’는 방어논리를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시사게이트#11] 채동욱 총장 VS 조선일보·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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