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중기청장 내정자 사퇴
박대통령 지명자 사퇴 벌써 4명
김종훈 자진사퇴와 닮은꼴
청와대 “어떻게 이런 일이” 당황
대통령 혼자 결정하고
갑작스레 통보하는 방식 고집
“예고된 참사라고 말할밖에…”
박대통령 지명자 사퇴 벌써 4명
김종훈 자진사퇴와 닮은꼴
청와대 “어떻게 이런 일이” 당황
대통령 혼자 결정하고
갑작스레 통보하는 방식 고집
“예고된 참사라고 말할밖에…”
“거…, 참…, 어떻게 이런 일이….”
수화기 너머 청와대 관계자의 목소리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18일 낮, 임명장 수여를 코앞에 둔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의 사의 표명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 결격 사유 때문은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몇 시간 뒤 황 내정자가 스스로 밝힌 사퇴 이유는,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의 사퇴 이유는 애초에 공직자의 ‘주식 백지신탁제도’를 잘못 이해했고,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25.45%를 처분해야 한다면 청장직을 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청와대가 황 내정자에게 청장직을 제의하고 수락을 받는 과정에서 이런 기초적인 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았고, 공직 임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절차마저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 새삼 드러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와 함께 ‘손톱 밑 가시 뽑기’라는 말을 강조하며 공을 들여왔던 중소기업 진흥 분야의 책임자가 ‘황당한’ 이유로 사퇴한 것도 박 대통령에겐 두고두고 부담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당신 회사와 같은 유망한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어달라’고 중소기업청장직을 맡겼는데, 정작 당사자는 ‘주식을 팔면 그런 유망한 회사가 공중분해 될 수 있다’며 청장 자리를 내놓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관료 위주의 인선으로 가뜩이나 ‘감동과 스토리’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청와대로서는, 그나마 ‘공고 출신의 중소기업 신화’로 소개됐던 인물마저 자진 사퇴하면서 ‘엎친 데 덮친’ 상황을 맞게 됐다.
박 대통령의 이런 인사 난맥상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와도 닮은 꼴이다. 박 대통령이 국내 또는 해외에서 정보기술(IT)기업을 일궈 성공신화를 만든 주인공을 자신이 생각하는 핵심 부처의 책임자로 지명했고, 그 지명자가 결국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가 아닌 ‘자진 사퇴’를 택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둘 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게 강점으로 평가됐던 인물이지만, 정치적인 소신이나 신념이 뒷받침되지 않아 스스로 물러난 사례다.
황 내정자의 사퇴로, 박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자의 사퇴는 당선자 시절 인사에 관여했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까지 포함하면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앞서 지명 닷새 만에 물러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자진 사퇴’였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정부 초반 공직 후보자들에 대해 두루 평가를 듣지 않고 혼자 결정한데다 시간에 쫓겨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주요 공직에 임명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전날 밤에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충분한 시간을 갖지 않고, 좁은 인재풀에서 비밀스럽게 인사가 진행되다 보니 인선 자체가 아마추어로 전락했다. 예고된 참사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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