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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대통령실

“비선 통해 일심으로 충성”…‘사찰 몸통=대통령’ 암시

등록 2012-05-16 20:36수정 2012-05-17 16:22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서
지원관실 진경락 문건 보니
야당 정치공세 부담 줄이려
“형식적으로는 총리실 소속
특명사항 비선서 총괄지휘”

실제 지휘체계 어떻게 꾸렸나
이영호·최종석·이인규 등
‘영포라인’ 인맥으로 채워
공기업임원·정치인 뒷조사
문건내용 거의 100% 실현

16일 공개된 국무총리실 내부 문건은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이라는 ‘국기 문란’ 사건의 진원지인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이명박 대통령이 직할하는 ‘대통령 보위기구’였음을 스스로 폭로하고 있다. 문건은 “브이아이피(VIP, 대통령)께 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이라는 등의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대통령 1인을 위해 복무하는 조직임을 명확히 했다. 이 문건을 입수해 지원관실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검찰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청와대 인사들이 ‘정권 보위’를 위해 지원관실을 활용한 구체적인 단서를 추적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김경동 전 지원관실 주무관(현 행정안전부 소속)이 가지고 있던 이동식저장장치(USB)에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라는 지원관실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김 전 주무관은 장진수 전 주무관의 전임자로, 2008년 7월 지원관실 창설 때부터 서무 담당자로 일했다. 이 문건은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는, 지원관실의 ‘몸통’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아니라 이 대통령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 많다. 우선 지원관실을 총리실 소속으로 두면서 별도의 지휘·보고라인을 검토하는 이유로 “브이아이피 의중이 ①정확히 전달되고 ②보안을 유지하면서 ③불필요한 마찰 없이 ④밀도 높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대통령의 뜻에 맞춰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친위조직’으로 운영하기 위한 지휘체계를 두되, 통상적인 기구로 ‘위장’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문건에서는 총리실 소속의 지원관실이 실제로 총리의 지휘를 받을 경우 “지휘체계가 법령에 부합”한다는 점과 “야당의 정치공세와 브이아이피 부담 완화” 등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힘이 덜 실리고 상대적으로 브이아이피 국정철학 접목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원관실을 통제할 경우 “공직사회를 포함한 각계의 고급정보 활용”이 가능하고 “브이아이피 국정철학 구현에 더 유리”하지만, “정치인인 민정(수석)비서관이 사정기관을 동원해 정치사찰을 한다는 인식” 때문에 “표적사정 논란, 활동상 제약”이 있다고 봤다. 결국 문건에서는,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총리가 지휘하되, 특명사항은 브이아이피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또 “과거 사직동팀이 곧바로 청와대 공격루트가 되었으므로 외양을 총리실 소속으로 하고 민감한 사안은 절대 충성심이 보장돼 있는 비공식 선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하명 사건을 처리했던 과거 정권 시절의 사직동팀을, 정치적 논란 없이 세련되게 부활시키려는 의도다. 그러면서 “정부의 모든 권한은 대통령이 위임하기 때문에 정당성을 가지게 되고 형식적인 업무분장에 구애될 필요가 없으며 비선 활용은 추후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도 긴요”하다며 탈법적 운영을 정당화했다.

지원관실의 지휘체계는 실제로 문건 내용대로 구성됐다. ‘대통령에게 일심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으로는 이 대통령과 동향인 포항 출신의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이 발탁됐고 이 비서관은 최종석 행정관, 이인규 지원관, 김충곤 점검1팀장, 김화기 팀원 등 ‘범영포라인’으로 지원관실을 꾸렸다. 지원관실을 지휘하는 조직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이었으므로, 이들에게 지원관실 업무추진비로 한달에 280만원이 ‘상납’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구속된 이 전 비서관, 최 전 행정관은 ‘충성심’이 검증된 대로 여전히 청와대의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

문건에서는 지원관실 업무가 ‘고도의 보안성’이 필요해 “지휘·보고 체계 이외의 라인에서 관여하게 되면 업무 추진력이 떨어지고 보안유지가 안 되”는 만큼, “대통령실장이 민정비서실에서 (지원관실에) 자료요구 등 업무 관여를 하지 못하도록 보고라인 정리”를 해달라고 건의했다. 실제로 정동기 민정수석(2008년 6월~2009년 8월)이 지원관실 업무에 아무런 문제제기도 못하고 있다가 후임인 권재진 민정수석이 ‘보고라인 정상화’를 요구하며 이영호 비서관과 갈등을 빚었다는 일화는, 이 건의가 실제로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또 문건에서는 “전 정권 말기에 대못질한 코드인사 중 엠비(MB) 정책기조에 부응하지 못하거나 저항하는 인사에게 사표제출 유도(9월, 공기업 임원 39명)”를 ‘당면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지원관실 직원들은 ‘감찰’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참여정부 시절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솎아냈고, 이 대통령을 비방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뒷조사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 1인을 위한 친위조직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건의 내용이 거의 100%에 가깝게 실현된 것이다.

이 문건을 작성한 진경락 전 과장은 사찰과 증거인멸, 특수활동비 횡령 혐의로 두 차례나 구속돼 수감중이다. 진 전 과장은 지인들에게 “내가 입을 열면 엠비가 하야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전 과장은 지원관실의 ‘몸통’이 이 대통령임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셈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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