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진 법무부 장관. 한겨레 자료 사진
증거인멸 등 여전히 의혹 중심
“권 장관 무너지면 끝” 판단한듯
수사팀 “조사 필요성 아직 없다”
“권 장관 무너지면 끝” 판단한듯
수사팀 “조사 필요성 아직 없다”
16일 공개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에는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제치고 직접 비선라인의 지휘를 받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지원관실이 ‘사고’를 낸 뒤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 민정수석실이 가담한 정황은 상당부분 드러난 상태라, 권재진 당시 민정수석비서관(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건을 보면, 지원관실 신설 초기에 민정수석실은 지휘보고 라인에서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검찰 내부에서는 “권 장관은 민간인 사찰과 관련이 없고, 법률가로서 증거인멸을 지시했을 리도 없다”며 그를 감싸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민간인 사찰→증거인멸 →1차 수사 실패→재수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그가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미 2010년 7월 검찰의 1차 수사 때 민정수석실은,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하며 대포폰을 건넸던 최종석 청와대 행정관의 소환조사와 사무실 압수수색을 막았다. 문건에 나오는 것처럼 민간사찰의 ‘몸통’이 이명박 대통령이라면, 민정수석이 ‘브이아이피’를 보호하기 위해 검찰 수사 무마에 어떻게든 손을 썼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후에도 사건 당사자들의 폭로는 이어졌다. 지난해 1월 열린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진경락 전 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은 “민정수석실에서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들었다”며 사실상 권 장관을 지목했고, 장진수 전 주무관은 “청와대의 지시대로 증거를 인멸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고백’이 이뤄진 뒤에도 민정수석실은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오히려 ‘회유’에 치중한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무관에게 간 ‘관봉’ 5000만원의 출처로 지목된 장석명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소속도 민정수석실이다.
이명박 정권 임기 중반 2년 동안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이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권 장관은 지난해 7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했다.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이 검찰 수사를 지휘·감독하는 자리로 가는 것은 임기말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통령으로서는 권 장관이 무너지면 자기를 지켜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권 장관 조사 여부와 관련해 “당시 민정수석까지는 아직 (수사가) 못 갔다. 조사 필요성은 현재까지는 없다”고 말했다.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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