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4·11 총선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 대통령은 2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고, 김용 세계은행 총재 후보자를 접견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서해 꽃게잡이 어선이 걱정된다”고 했고, 김용 후보자한테는 “앞으로 잘할 것”이라는 덕담을 건넸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지난 29일 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을 벌였다는 자료가 폭로됐음에도, 나흘째 이 사안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관실 자료가 폭로된 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일순 공황상태에 빠졌다. 정권이 이대로 침몰할지 모른다는 공포감도 감지됐다. 그런데 이틀 뒤인 31일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이 춘추관으로 내려왔다. 반성과 다짐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었다. “지원관실 자료 2600건 가운데 2200건, 80%는 참여정부에서 작성됐다”고 했다. 맞는 지적이다. 야당이 2600건 전체가 지원관실 자료라고 어설프게 몰아붙였던 대목에 대한 역공이다. 그리고 다음날엔 한 걸음 나아가 “참여정부 시절 총리실 조사심의관실(지원관실의 전신)에서도 김영환 민주당 의원 등 정치인과 민간인을 사찰했다”고 주장했다.
2일 청와대 관계자들 말을 들어보면, 이번 역공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맞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사찰 의혹은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면서 화살을 피했고, 야당에 대해선 ‘너나 나나 똑같은 놈이다’라고 해 물타기에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지원관실 2200건’은 경찰청의 단순 감찰 자료였다는 점에서 현 정권의 민간인 사찰과 같은 차원에서 비교할 수 없지만, 총선에서 그렇게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 유권자도 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침묵하면서 장막 뒤로 물러나 있고, 홍보수석을 ‘참여정부 저격수’로 앞세웠다. 여야가 모두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최소한의 언급도 없다. 무슨 문제가 생기면 참여정부 탓으로 돌리는 건 지난 4년 동안 무수히 반복해온 것이라 새삼스럽지도 않다.
문제는 이 대통령과 참모진이 이번 사건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권력이 정치 목적을 달성하려 권력기관을 이용해 민간인들의 뒤를 캤다는 건, 민주주의 근본을 훼손하는 행위다. 뒷돈을 주고받는 부패 사건과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모든 것을 걸고 진실 규명에 주력해야 한다. 이미 권력을 잃은 참여정부 의혹을 강조할 게 아니라 내 잘못을 먼저 찾아보고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에선 사찰 자체에 대한 분노나 반성은 찾아볼 수 없고, 정치적 계산만 난무한다.
여야나 좌우 대립이 아무리 험악해도 정치는 민주주의적 가치라는 토대 위에서 성립한다. 이 대통령이 과연 민주주의자인지 의문이 깊어진다. 안창현 기자 bl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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