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오른 시간당 9천160원으로 결정된 1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전원회의실에서 관계자가 모니터 앞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노동부는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고시되면 내년 1월 1일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연합뉴스
2022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440원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되면서 문재인 정부의 5년간 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3%로 마무리됐습니다. 7.4% 올랐던 박근혜 정부 때와 차이가 없습니다. 문 대통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이어 임기 안에도 이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경제를 살리겠다고 나선 여야 주자들이 되짚어봐야 할 사례입니다.
시간을 되돌려보겠습니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최저임금 1만원’은 대선후보들의 공통공약이었습니다. 문 대통령과 유승민(바른정당), 심상정 후보(정의당)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고 했고, 홍준표(자유한국당), 안철수 후보(국민의당)는 대통령 임기(2022년) 안에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당 6470원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했기에 가장 보수적이었던 홍 후보마저도 최저임금 1만원과 함께 최저임금 위반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1년차와 2년차 때는 각각 16.4%, 10.9% 인상이 결정됐습니다. 공약을 지키기 위한 조처였습니다. 그러나 3년차 2.87%, 4년차 1.5% 인상에 그쳤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7월, 자신의 공약인 ‘2020년 1만원 달성’ 실패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습니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전 민주당 집권기인 김대중(9.0%)·노무현(10.6%) 정부 시절에도 미치지 못하게 됐습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여야 모두 5년 내에 1만원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문재인 캠프는 이것을 3년 만에 가겠다고 하면서 시장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인상하며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습니다. 집권 첫해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고집한 끝에 자영업자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커지고 사회적 반발이 확산하면서 이후 급격히 인상률을 낮췄다는 것입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중소·영세업체 지원 방안 등을 설계해야 했지만 부작용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습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손실이 커진 것도 예상치 못한 변수였습니다.
한국 대통령 선거는 단임제입니다. 치밀하지 못한 공약은 대통령의 사과와 정책 단절 등 악순환으로 끝납니다. 우 교수는 “이번 대선은 자산격차 문제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 주장도 토론회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며 “후보들의 공약이 가급적 공개적으로 구체적인 토론을 거치며 재원조달방안 등의 검증을 받아야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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