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1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한국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한다’를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류덕현 중앙대 교수, 홍장표 부경대 교수, 이한주 경기연구원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김경수 성균관대 교수, 이상영 명지대 교수.
“시장 수용성을 고려하지 못했다.”(우석진 명지대 교수)
“(차라리) 더 하지 못한 점을 탓하라.”(홍장표 청와대 전 경제수석)
한솥밥을 먹던 진보 경제학계의 선후배가 현 정부 경제 정책과 그 성과를 놓고 불꽃 튀는 논쟁을 벌였다. 후배 그룹이 현 정부 정책의 취약점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서자, 현 정부 정책 설계와 집행 중심에 섰던 선배그룹은 적극 방어했다. 14일 서울사회경제연구소(서사연)과 한국경제발전학회가 ‘한국경제, 현재를 묻고 미래를 답한다’란 주제로 연 토론회 자리에서다.
현 정부 경제 정책 상징 중 하나인 ‘최저임금 정책’ 평가부터 후배들의 평가는 냉랭했다. 포문은 우석진 명지대 교수가 열었다. 우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연평균 최저임금 인상률은 7.7%로 다른 정부와 비교해서 그리 높지 않다. 시장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집권 첫해에) 빠른 속도로 인상해서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집권 첫해 두 자릿수 인상률을 고집한 끝에 자영업자 부담 증가 등 부작용이 커지고 사회적 반발이 확산하면서 이후 급격히 인상률이 낮춘 점을 꼬집은 것이다.
우 교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핀셋규제가 가능하다는 자신감으로 정책을 폈다가, 정책도 실패하고 정책 신뢰까지 상실했다. 국민은 임차인이면서 임대인이 되는 등 다면적인데 단면적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편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최저임금·부동산 정책 모두 시장에 대한 부족한 이해와 여기서 비롯된 무리수 탓에 부정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선배 그룹의 일원인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바이든 미 정부는 최저임금을 4년 이내 2배로 올리려 한다. ‘속도가 빠르다’가 아니라 ‘우리는 왜 거기까지 못 가느냐’ ‘걸림돌이 뭐냐’라고 물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지급능력, 공정경제, 노동시장 격차 등을 함께 해결하자고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후배그룹들이 단편적인 비판보다 종합적 대안을 제시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취지다.
선거를 의식해 진보그룹의 원칙에 벗어난 정책을 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 교수는 “우리의 원칙이 있었는데 이번 정부에서 원칙을 무시하고 인기영합적으로 대규모 예비타당성 평가 면제에 나섰다. 지역균형 발전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표를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보궐 지방선거를 앞두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예타 면제 조처를 비판한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 정책도 ‘성장 담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류 교수는 “불평등한 구조에서는 국가가 성장하더라도 국민 삶은 개선되지 않는다. 성장은 중요하지만, 성장정책을 선포하고 그걸 달성하려는 무리한 정책 추진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분배 왜곡과 같은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경제 총량을 늘리려는 데 정책 자원을 집중한 게 아니냐는 반문이다.
홍 전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초심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본다. 흔들지 말고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경고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소득분배가 사실 지속해서 악화하는데 정책적으로 과연 개선할 수 있는가. 사실은 자신은 없었다. 쉽지 않은 과제였다. 문재인 정부는 정말 온갖 수단 다 동원했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