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준석 국민의힘 새 대표가 1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내 갈 길만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에 대해 “입당은 시기의 문제”라며 “윤 전 총장이 정치에 처음 참여하다 보니 정치권에 대한 우려가 녹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여야의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며 여야 모두를 향해 불편한 기색을 보인 것과 관련해서는 “저는 때린 적이 없다”며 “범야권 주자의 한명으로 항상 대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만난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합당 문제가 ‘당명 변경 요구’로 삐걱거리는 상황을 “본인들의 가치를 당명을 통해서 남기고자 하는 의도”라고 표현하면서 “그것보다 좋은 방법도 있을 것”이라며 역제안을 통해 문제를 풀어갈 것을 시사했다.
―임기 첫 일주일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새로운 방식, 실용적인 모습, 새로운 기획으로 많이 어필하려고 했고 정치 문법 자체가 달라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인선은 오늘 마무리했다. 전당대회에서 다른 주자들이 언급했던 계파 논란이 인선 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셨을 것이다. 능력주의와 실력주의에 따라서 인선을 했기 때문이다. 다음 주부터는 당세 확장, 당의 새로운 지향점을 세우는 쪽으로 앞장서 의미 있는 행보를 할 것이다.”
―한기호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한 것이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총장은 5·18 민주화운동과 북한의 연루설을 제기한 적이 있다.
“한 의원은 직업 군인으로서 국가에 봉사하셨던 분이다. 다른 의원님들께 인사 추천을 받았을 때 대선을 앞두고 우리가 ‘빅텐트’를 쳐야 하는 상황에서 ‘원리원칙에 맞게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실 분’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제가 젊은 당 대표다 보니 기획 능력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고, 원내 사무는 김기현 원내대표가 주도권을 발휘하게 할 것이다. 한 의원은 사무총장 자리가 ‘개인 의견을 자제하고 실무를 담당하는 역할’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에스엔에스(SNS)에 문재인 정부를 향한 매서운 발언을 하셨던 점은 정치인으로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사 부분에 대해서 잘못 발언한 부분이 있었다면 입장을 표명하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층의 입당 행렬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디지털 정당화 구상도 밝혔는데
“5월31일부터 6월14일까지 온라인 입당하신 분이 1만명이 넘는다. 그중 20대가 30%다. 10대부터 30대까지 합하면 60%가 넘는다. 2030 유권자들은 우리 당에 가입해 투표권 하나 정도 행사하는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본다. 당 정책에 의견을 내고 싶어하고 피드백을 원하고 있다. 디지털 정당화 작업 중 소통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다양한 의견 개진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겠다. 젊은 세대가 갖는 이념이라면 자유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길 바라고, 무엇보다 인권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관점이 투영되는 당을 만들겠다. 예컨대 공존이라는 키워드 속에는 ‘서로가 서로의 다름에 간섭하지 않는 것’이 들어있다고 본다. 젊은 세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불간섭이다. 꼭 저희 정책 속에 녹여 내도록 하겠다.”
―취임 첫 주에 두 차례나 호남을 방문하는 일정을 짰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성일종·정운천·김기현 의원 등 진심 어린 행보에 이어 제가 당 대표가 돼 호남의 미래, 일자리, 산업 비전을 논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준석 체제에서 우리 당의 서진 정책은 적극적이고 구체적일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도 하지 못했던 정밀도를 가지고 호남 문제를 다루겠다. 호남동행의원단에 활발한 입법 활동으로 이 지역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올 것이다.”
―오늘 윤석열 전 총장이 ‘내 갈길만 가겠다”는 입장을 냈다.
“제가 파악하고 있는 바대로라면 입당 문제는 시기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정치에 처음 참여하는 것이다 보니까 정치권에 대한 우려가 녹아있는 입장이 나오는 것 같은데 다 이해한다. 원래 프로들끼리는 긴말 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소통이 된다고 생각한다.”
―여야 모두를 언급하면서 ‘협공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겠다’고도 했는데.
“저는 때린 적이 없다. 제1야당 대표로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했다. 범야권 주자의 한명으로 항상 대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당 대표라는 직위의 특성상 특정 주자에 대한 선호를 나타내는 발언은 자제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오해를 샀다 해도 앞으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과의 ‘당명 교체’를 두고 신경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안철수 대표가 역지사지를 말했는데 제가 받아들이기로는 안 대표의 지난 10년 정치 행보 속에서 새 정치와 중도 공략 정신이 녹아들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였다. 방법론 중 하나로 당명 교체가 나온 것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한다.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이란 당명의 국민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고, 무엇보다 최근 들어 국민 반응이 좋다. ‘잘 되는 집 간판을 내리는 경우가 있느냐. 그것은 의아한 상황이다.”
―왜 조건을 달았다고 보는가.
“국민의당이 당세도 약하고 최근 지지세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본인들의 가치를 당명을 통해서 남기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면, 저는 그것보다 좋은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께서 이런 것들이 반영된 원안 협상안을 저한테 인수인계하셨을 때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추가된 내용으로 제안이 들어오니까 당황스럽기는 하다. 최대한 원안 그대로 준용해서 협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최근 수술실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법에 대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원내 지도부에서 수술실 시시티브이 설치법 관련해 보고를 받은 바로는 대리 수술이나 성추행 문제 등 구체적 문제를 막기 위해 상당히 세밀화된 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들었다. 민주당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이걸 단순히 찬반 논쟁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것을 경계한다. 우리 당 누구도 대리 수술 문제나 환자가 저항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있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방치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예방을 위한 방법론으로 수술실 시시티브이만 언급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대리 수술을 막기 위해서 수술실 입구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한다든지, 바이오 인증을 한다든지 구체적 대안들이 많이 언급되는 상황 속에서 이것을 선악 구도로 몰고 가는 것은 굉장히 정략적이다. 지금 상임위에서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떤 대선 주자 하나의 성급함 때문에 이런 중차대한 사안을 선악의 구도로 만들어서 급히 처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여야는) ‘민식이법’(스쿨존 과속방지 장치 설치 의무화 및 사망사고 가해자에 대한 가중처벌)이나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구호에만 매몰돼 결국은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민주당이 180석 입법 독주를 하면서 이런 일이 많이 불거졌다. 이런 국민 편 가르기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별금지법은 어떻게 보는가? 이 대표는 지난 14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차별금지법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가 이후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우리 당에 전통적 당원들도 있지만, 젊은 보수 당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차별금지법 논의를 당내에서 많이 진행하지 않아 당론이라고 할만한 것이 형성되지 않았다. 제 개인의 입법 취지에 대한 생각과 우리 당의 정책화 의지와는 온도 차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저희가 앞으로 논의를 진행해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고, 논의가 진짜 부족하기 때문에 ‘논의하자’고 하는 것이다. 방송하면서 패널로 이야기한 것은 개인 소신과 관점에서 이야기한 것이었지, 조직체의 의견이 아니었다. 강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최대한 발휘하겠지만, 정책은 다수를 설득해서 합의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데 우리 당 구성원들의 우려와 반발이 있다면 제가 그걸 강행할 명분은 없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 본청 당 대표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대선 국면에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황교안 전 대표도, 김종인 전 위원장도 조만간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 만들겠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나눠보겠다. 김 전 위원장 경우엔 정권 창출과 대통합을 위해 역할을 하실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역할은 대선 주자가 누가 되느냐가 관계가 있기 때문에 협의하겠다.”
―이 대표 당선 뒤 여야 모두 청년 정치에 부쩍 관심을 표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이 다급한가 보다. 젊은 세대 지지를 받기 위해서 젊은 사람을 앞세운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저는 오로지 능력에 따라 인사를 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 몇십년 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젊은 세대의 이반을 경험하면서 당황하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오히려 역차별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것은 또 다른 역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은 여러 의미에서 고정관념을 탈피하려고 시도하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그게 지금 (류호정의 시도가) 가장 급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 좀 더 젊은 세대 문제에 관해 관심이 있는 활동들이 당을 막론하고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취임 기자회견에서 ‘개혁 경쟁’을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적 전환이 가능할까.
“지금까지 입법 양태와 굉장히 다른 형태로 젊은 세대가 생각해볼 지점이 많은, 그런 입법 제안이 있을 것이다. 최근 우리 당에 대한 기대치는 꼭 진보 어젠다를 따라가라는 것은 아닐 것 같다. 젊은 세대가 바라는 것은 ‘작은 이슈도 놓치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어떤 이슈에 대해 해법은 진보적인 것, 보수적인 것이 있을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바라는 것은 ‘말이 되는 형태로 결론을 내려달라’는 것 아닌가. 문제나 해법을 이념적으로 다가서지는 않겠다. 저는 구호 정치를 싫어한다. 개혁보수도 이제 성과물을 낼 때가 됐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 하나도 보내지 않았고, 소액후원을 받아 선거를 치렀다. 이런 것들이 정치 개혁이었다고 본다.”
―롤모델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여러 대표를 모셔봤는데 장점을 흡수하려고 한다. 제가 최고위원을 너무 많이 해봤기 때문에 그분들이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다. 원만하게 회의 진행하고 의사 결정하도록 하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스타일과 말의 힘에 대해 공감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말의 힘’ 면에서 족적을 남긴 분이다. 정치가 국민 희망을 주는 과정에서 말의 힘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정책에 대해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준 영향이 크다. 유승민 전 의원과는 철학적으로 공유하는 게 많다. 또 원희룡 제주지사가 (한나라당 시절) 젊을 때 꿨던 꿈에 영향을 받으면서 정치를 해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권자에게 공감을 산 ‘톤앤매너’까지 다 녹여 내서 정치하겠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