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원희룡 제주지사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회동 사실을 공개하며 김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걱정’을 전했다.
원 지사는 27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주도에서 (김 전 위원장과) 식사하면서 오랜 시간 지난 이야기와 앞으로의 얘기들을 쭉 하며 앞으로 이렇게 가면 안 된다고 걱정을 했다”며 “앞으로의 시나리오에서 국민의힘이 중심이 됐으면 좋겠는데 지금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까 과연 그게 될지 굉장히 괴로워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님이 여러 가지 평가가 갈리지만 탁월한 점은 민심을 정확히 읽는 것”이라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맥을 짚어서 그 핵심을 분명히 메시지로 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제주에서 휴식 중인 김 전 위원장의 행보에 관해 원 지사는 “다음 주에 부부가 백신을 맞으신 다음에 역대 대통령들이 왜 실패했는지 책을 쓰실 생각이라고 한다”며 “대선에서 여당으로는 안 될 것 같으니 여당 주자들 가운데 일부가 전화가 온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전 위원장 재추대론을 두고는 “(국민의힘은) 국회의원이 100명이 넘는 당이고 왕성한 초선 의원들도 58명인가 되고 하는데 자강론을 해야 한다”며 “언제까지 부모한테 부모가 뒤돌아봐 주고 과외 선생이 과외를 해 줘야 되냐. 이제는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쓴소리를 내놨다. 원 지사는 “국민의힘은 민심이 주는 신호등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정신 못 차리고 있다”며 “개인 발언이기야 하겠지만 기껏 최고 중진이라는 사람이 본회의장에서 얘기하는 게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다. 수구적인 모습을 못 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면 다시 민심에 버림을 받게 된다”고 일침을 놨다.
대선 도전 의사를 내비친 원 지사는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자기 검증과 국민에 대한 자기 증명을 해야 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며 “역대 대통령 중에 선거를 한 번도 안 해 본 분들은 거의 없었다. 경선과 본선 과정에 사돈에 팔촌, 자기도 기억도 안 나는 과거사 다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의힘이든 야권 전체가 아직 후보다운 후보가 아무도 없는 거다. 흔히들 윤석열 지지율 얘기하지만 지지율이라는 것은 3개월 뒤에, 6개월 뒤를 생각하면 허망할 수도 있다”는 김 전 위원장의 발언도 전했다.
장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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