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보선 참패 이유 진단 쏟아져
김기식 “신뢰의 위기엔 백약이 무효”
김기식 “신뢰의 위기엔 백약이 무효”
유인태 전 사무총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26930.html 4.7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더불어민주당 원내외 인사들이 잇따라 쓴소리와 반성문을 내놨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강성지지층에 경도됐던 것을 가장 큰 패착이라고 봤다. 유 전 총장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그동안 민주당이 해 온 모습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받아준 것”이라며 “그러면 당은 오그라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전 총장은 이어 “(강성 지지층) 얘기 들어보면 온갖 악플을 단다”며 “그 사람들이 태극기 부대처럼 주먹을 휘두르고 그런 폭력은 쓰지는 않지만 언어폭력은 계속돼 오지 않았나”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중도가 밥맛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라며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끌려 다녀서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유 전 총장은 강성 지지층의 위력이 국회의원 당선 여부에도 영향을 미쳐, 의원들이 지지층의 눈치를 보는 현상이 생겼다며 당을 떠난 금태섭 전 의원의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유 전 총장은 “당 지도부는 (지난 총선에서) 금태섭 전 의원을 어떻게든지 살리려고 조금 이름 없는 후보를 보내면서 애를 썼다”며 “그런데 권리당원들에 의해서 퇴출당한 건 어쩔 수가 없으니 거기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고 공수처법에 기권을 했다는 이유로 민주당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총선에서 정봉주 전 의원과 김남국 의원이 금 전 의원을 겨냥해 그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에 공천 신청을 희망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교통정리’를 통해 정치 신인이었던 강선우 의원과 금 전 의원의 경선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금 전 의원은 경선에서 탈락해 결국 총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유 전 총장은 이 과정을 두고 민주당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에 끌려다니게 된 현실을 설명한 것이다. 친문재인 성향의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소장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소위 탄핵연합을 결성했던 새로운 민주당 지지층 다시 말해서 중간층 혹은 심지어 중도보수층까지도 민주당을 지지했던 지난 대선의 이런 결과에서 중간층이 대거 이탈한 부분이 제일 아픈 대목”이라고 짚었다. 그는 신뢰의 위기를 짚었다. 김 전 의원은 “국정운영에 있어서 오만과 독선을 통해서 견제 심리를 작동시킨 게 일단 1차적이고, 그러다 보니까 뒤에 무능과 위선 프레임에 걸렸다”며 “결과적으로는 신뢰의 위기에 민주당이 직면했다. 정치에서 신뢰의 위기가 오면 백약이 무효다. 이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대선도 굉장히 어려워지는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지 않을까 본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 직을 사퇴한 노웅래 의원도 이날 <시비에스> 라디오에서 당의 전면 쇄신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친문 세력’을 직접 겨냥하며 쇄신의 전면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의원은 이날 “비대위원장을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당내 특정 세력의 눈높이로 뽑으면 쇄신의 진정성이 생길 수 있나”라며 “솔직히 면피성,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될 것이고 국민들이(국민들 눈에)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전날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도종환 의원이 친문 의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 4.0’ 대표임을 겨냥한 발언이다. 노 의원은 이어 “열성 지지자들에 의해 우리가 자기 검열을 받고 있는데, 그분들 기껏해야 몇 천명일 것”이라며 “그걸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를 갖고 하지 않으면 우리 정치의 영역이 좁아진다. 그런 문자들이 오더라도 많은 의견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쫄지 말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새로운 인물, 새로운 가치, 새로운 노선을 표방할 수 있어야 당을 그렇게 움직여 나갈 것 아니겠느냐”면서 당내 주류 세력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선거 결과가 나오고 나서도 국민들께서 ‘민주당이 진짜로 반성하는 거냐, 하나 마나 한 혁신 얘기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데 어제 의원총회에서 희망을 봤다. 20명 넘는 의원들이 발언에 나섰고, 화상 의총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뼈 아프고 솔직한 얘기들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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