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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안·금 단일화 파열음, 왜? “토론 울렁증” “벼랑 끝 전술”

등록 2021-02-15 15:20수정 2021-02-15 20:29

​정치BAR_장나래의 국회TMI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의논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이 ‘제3지대 단일화’ 방식을 의논하기 위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합의했던 ‘제3지대 단일화’가 첫 토론회부터 무산되는 등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난 계기는 지난 10일 안 대표 캠프로 걸려온 중앙선관위의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전날 양쪽이 단일화 관련 토론회를 두 차례 개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2002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과정 때의 사례를 전해줬다고 합니다.

안철수 캠프에 걸려온 선관위의 전화 한통

당시 중앙선관위는 <한국방송>(KBS)으로부터 ‘노 후보와 정 후보의 단일화 티브이 토론을 제작 방송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의를 받고 선관위원 전체회의를 열었는데, 결론은 “중계방송의 형식으로 1회에 한하여 방송할 수 있으며, 이를 초과해 방송하고자 할 때는 다른 입후보예정자에게 참여 기회를 줄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유권해석 결과를 중앙선관위는 단순한 안내 차원에서 안철수 캠프에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선관위는 유권 해석이 달라질 가능성도 열어뒀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20년 전하고 지금 환경이 바뀌었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 맞게 토론회 가능 여부에 대한 질의를 주면 답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첫 토론회 예정일이던 15일 오전 현재까지 안 대표와 금 전 의원 그 누구도 관련 질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토론회를 정말 하고 싶었다면, 양쪽이 합의한 두 차례 토론회가 가능한지 선관위에 사전에 질의부터 해야 했던 것 아닐까요?

금 “안철수가 ‘울렁증’ 때문에 토론 기피”

문제는 토론회 횟수에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중앙선관위의 선례 안내 이전에도 티브이 토론을 둘러싼 양쪽의 갈등은 첨예했습니다. 지난 9일 실무 회의에서도 토론 주관 방송사와 토론 형식 등을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습니다. 안 대표 쪽 관계자는 “금 후보가 통상적인 방식의 토론을 거부하고, 난상 토론만 고집하고 있다. 주관 방송사 역시 본인이 원하는 쪽만 고집한다”고 전했습니다. 금 전 의원 쪽 관계자도 “안 대표 쪽이 마지막으로 한 제안은 ‘우리 뜻대로 주관 방송사를 선정하지 않을 거면, 토론 포맷은 우리가 정하겠다’는 것이었다. 토론형식도 우리는 공통 질의를 한 뒤 충분한 자유토론 시간을 갖자고 제안한 건데, 안 대표 쪽은 우리가 난상토론을 고집했다고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공약이나 단일화 방식 등이 아닌 토론 횟수와 방식, 주관 방송사 선정 등 티브이 토론의 세부 방법론을 놓고 첫 토론회까지 무산시키며 치열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이유를 짐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금 전 의원 쪽은 안 대표가 티브이 토론을 피하기 위해 억지 핑계거리를 찾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토론회 울렁증’이 있는 안 대표가 이를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이 구실 저 구실 찾아가며 토론을 무산시키려 한다는 겁니다. 금 의원 쪽 관계자는 “대선 토론 트라우마 때문인지 토론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도 ‘원점 논의’를 언급했다. 토론회를 할 의지가 있긴 한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라고 했습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사안에 대해 자유자재로 답변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정치인이다. 한 쪽(금 전 의원)에서는 자유롭게 토론하자고 하고 한 쪽(안 대표)에서는 고정된 질문 답변만 하자고 하면 토론이 될 수가 없다”고 금 전 의원 쪽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안 “인지도 낮은 금태섭의 벼랑끝 전술”

안 대표 쪽에서는 금 후보가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안 대표에게 ‘토론회를 피한다’는 프레임을 씌우며 ‘벼랑 끝 전술’을 펴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안 대표 캠프 관계자는 “안 대표에 견줘 인지도가 떨어지는 금 전 의원이 어떻게든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안 대표에게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안 대표가 정말 토론이 두렵다면, 왜 두 번의 단일화 토론회를 합의해줬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안 대표 쪽은 선관위의 토론회 관련 안내 전화를 받은 뒤 ‘규정상 어려우면 한 차례는 유튜브로 진행하는 게 어떠냐’고도 제의했는데, 금 전 의원이 그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토론회가 무산됐다는 입장문부터 발표했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금 전 의원 쪽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닙니다. 아직 선관위가 공식 유권해석을 내린 것도 아닌데, 미리 티브이 토론회는 안되고 유튜브로 하자는 것은 일의 선후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단일화 토론횟수와 방식, 주관 방송사 선정을 두고 파열음이 커지자, ‘2단계 단일화’ 상대인 국민의힘이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토론 방식을 놓고 다투는 모습이 ‘단일화 시너지’를 기대하는 야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는 것인데요. 강력한 단일화 경쟁상대인 안철수 대표의 이미지에 흠집이 나는 것이 국민의힘 입장에선 나쁠 것도 없다는 속내도 엿보입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단일화는 한 사람 개인기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모두의 팀플레이로 이뤄지는 ‘4월 보선 필승 전략’이다. 행여나 후보 한 명이 나 혼자 살겠다고 고집하면 모두 죽는 공전·공멸의 상황임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분히 안 대표를 겨냥한 발언입니다.

‘불신의 계곡’ 건너야 ‘아름다운 단일화’

선거 시즌이 돌아오면 정치권에선 ‘아름다운 단일화는 없다’는 말이 회자되곤 합니다. 단일후보가 되기 위한 치열한 ‘수 싸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데다, 이 과정에서 쌓인 감정적 앙금은 단일화가 된 뒤에도 사라지지 않아 본선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4·7 재보선을 앞두고 펼쳐진 보수 야권의 단일화 국면은 ‘투트랙 2단계 단일화’라는 초유의 구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넘어서야 할 ‘불신의 계곡’이 깊고 넓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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